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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Sep 09. 2021

애들 다 열심히 하는데 나까지 열심히 할 게 있나요?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크다.

부족함을 알기에 소설가한테도, 다른 시인한테도, 유명 작가들을 다 찾아다니며 글을 배웠다.

코로나 발생하기 전 해는 1년 동안 자그마치 저명한 작가 열 분의 강좌를 수강했다. 심지어 한겨레에서 하는 현역 영화평론가 두 분한테도 평론 수업을 들었고, 말과 활 아카데미에서 하는 영화 평론 수업까지 들었다.

박권일 기자님이 하는 <꼬리를 무는 독서 수업>도 장기간 수강하며 몇 달동안 사회학 관련 글을 써냈다.   


   

지난 월요일에도 아는 소설가를 만나 글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전화를 받았다. 평소 자기 관리 잘하고 아이들 똑 부러지게 잘 키우기로 소문난 민진이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머뭇거리면서 요즘 우리 민진이 어떠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아, 민진이요. 다른 애들 문제 다 풀고 있는데 관람하고 있더라구요.

니가 구경꾼이냐고? 왜 주빈이 못 되고 손님으로 머무르려고 하냐고?

수업시간에 너무 떠들어서 어제 소리 지르고 막 야단쳤어요.    

  

전화기 너머로 가느다란 한숨소리가 전해왔다.     

그렇군요. 어쩌면 좋아요. 어제 저희 집에서도 난리가 났어요.

민진이 아빠가 게임만 하고 있는 민진이에게 다가가 도대체 생각이 있는 애냐?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 공부 안 하고 뭐하냐? 했더니      

글쎄 기도 안 차지 뭐예요.     


애들 다 열심히 하는데 나까지 열심히 할 게 있나요?     


민진이 아빠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아니, 애들 다 열심히 하는데 나까지 뭐하게 열심히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민진이 아빠 몸이 휘청하는 듯싶더니  와이파이부터 다 차단하고는      

“알았다. 일찍 자라.”하고 베란다로 나가서 우두커니 서 있더라구요.     


늦은 밤 중년의 남편은 베란다에 서있는 모습으로, 어린 아들은 방에서 웅크리고 있을 걸 상상하니 마음이 너무 무거웠어요. 두 남자들 때문에 잠을 못 이뤘어요.

원장님, 우리 민진이 어떻게 하면 좋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게 혹시 우울증은 아닐까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봄에 홍콩으로 유학을 가고, 중2까지 친하게 지냈던 성수도 지난달 미국으로 가서 우리 민진이가 마음 붙일 데가 없는 것 같아요.   

  

거의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의 목소리였다.      


아이구, 우울증은 무슨요. 그냥 그 나이 또래 아이들 특유의 게임에 심취하는 정도예요. 다른 아이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아도 남학생들 모두 그 정도는 다 하고 있어요.

운 나쁘게 민진이가 게임할 때마다 부모님한테 걸릴 뿐이지요. 물론 자주 하니까 눈에 뜨이긴 하는 거지만요.  

     

민진이가 영특해서 초등학교 때 이미 과학고를 염두에 두고 공부를 시켰단다. 수학을 잘해서 과학고 중점반에서도 톱을 달리던 아이였단다.      


우리 민진이를 초등학교 때부터 경주마처럼 달리게 해서 방전된 듯싶어요. 너무 잘해서 계속 학원에서도 고등부 과학까지 다 시켰거든요. 그게 사단이었던 듯해요.     

  

민진이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에서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지력은 마치 에너지와 같아서 쓰다 보면 고갈되기 때문”이라는 표현이었다.     

의지력과 관련된 것으로 무레이븐의 실험 Mark Muraven's experiment이라는 것이 있다.

의지력은 일정하게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쓰면 쓸수록 소진된다는 내용이다.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에 소개된 무레이븐의 실험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시멜로에 관한 다른 버전이다. 이 실험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다. 흔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아낸 아이들은 자기를 조절할 줄 아는 제어력이 강해서 공부할 때도, 줄 서서 기다릴 때도 의지력이 일관되게 유지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의지력은 에너지처럼 고갈되기 쉽다’고 무레이븐은 천명한다.    

  

무레이븐은 단순 명쾌하게 결론짓는다.  


“의지력은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 팔이나 다리 근육과 비슷합니다.
많이 쓰면 피로해집니다. 그래서 하나의 일에 과하게
의지력을 쓰면 다른 일에는 그만큼의
의지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민진이가 번아웃이 된 것은 초기에 너무 에너지를 많이 써서 그러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판단하다가도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 재미있어서 빠졌을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엄마가 걱정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다 아이들 몫대로 잘 살아낸다.



엄마가 지켜보고 있단다     



집단 구성원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개인 각자가 이바지하는 정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링겔만 효과' Ringelmann effect라고 한다. 사회적 태만을 가져오기도 하는 이것은 프랑스의 농업 전문 엔지니어인 링겔만에 의해 시작됐다. 줄다리를 한 사람들의 힘을 측정해 내놓은 실험 결과인데, 지금은 모두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한 명이 줄다리기를 할 때 개인의 힘이 100퍼센트 발휘되었다면 세 명이 줄다리기할 때는 85퍼센트, 여덟 명이 할 때는 64퍼센트 발휘되었다. 이런 현상은 집단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더 짙어진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호손 효과'Hawthone effect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

호손 효과는 1924년부터 1927년까지 웨스턴 전기회사와 하버드대학의 엘튼 메이요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를 말한다. 이 연구의 핵심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작업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가가 주된 과제였다. 그런데 공장 작업의 환경을 예전처럼 어둡게 돌려놓았는데도 생산성은 예전에 비해 높게 나왔다.      

직원들은 인터뷰 도중 ‘유명 대학의 교수가 공장에서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우리를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되더라고요.”     


민진이 어머니께서 가만히 아들에게 호손 효과를 적용해 보기를 권한다.

     

엄마가 너를 지켜보고 있단다.
네가 잘 될 거라는 것을,
열심히 할 거라는 것을 엄마는 믿고 있지.     



이렇게 말하면 민진이가 게임하는 것도 좀 덜하고 지금보다 더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다들 열심히 하니까 열심히 하는 아이들 무리에 민진이가 발을 걸쳐놓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 ‘열심히’에 나의 글쓰기 공부도 살며시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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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희 #명문대합격글쓰기 #극강의공부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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