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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10. 2019

8. 글쓰기 실력, 퇴고에 있다

8가지 글쓰기 비법



모든 문서의 초안은 끔찍 하다. 그래도 죽치고 않아서 쓰는 수밖에 없다.
나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39번 새로 썼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https://blog.naver.com/pshsms1029/130144975692



퇴고는 누구나 한다


   누구든 처음 글을 쓸 때는 엄두가 안 난다. 글을 자주 안 써봐서이다.  또 처음부터 지레 겁을 먹어 글쓰기엔 젬병이라고 미리 백기를 들어서다. 이렇게 자신감을 상실한 이유는 남들의 완성된 글만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이미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친 글이다. 이제 더 이상 손을 안 봐도 되겠다 싶을 때 발표된 글이다. 최소한 스무 번 이상 고친 글이라고 보면 된다. 말 그대로 최종본을 보는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장석주는 "아마추어들은 퇴고의 중요성을 몰라요. 어마어마하게 퇴고해야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명한 작가들이 일필휘지로 썼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라고 만한다.


<<새의 선물>>을 쓴 소설가 은희경도 자신의 창작 과정을 털어놓았다.


"다른 소설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초고를 절대 남에게 보여주지 않아요. 초고는 너무나 상투적이니까. 그걸 놓고 고치고 또 고치고 그래서 겨우 한 편 만들어내는 거죠."


   여기서 '겨우'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유명 문인들도 초고는 빨리 써놓고 "어마어마하게 퇴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니 미리부터 겁먹을 것 없다. 그들도 우리처럼 처음에는 글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단지 그것을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이다.


   소설가 한승원이 쓴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에는 자신의 글에 대해 천재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선비 이야기가 나온다. 

글 잘 쓰는 선배를 흠모하던 후배가 묻는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또 몇 번이나 고쳐 쓰고 다듬는지를. 젠 체하고 싶던 선비는 거만하게 말한다. 


"시문을 지으면서 이미 쓴 것을 고쳐 쓰거나 그 가운데서 어느 부분을 잘라 내는 등의 다듬는 일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라고 



   시 잘 짓는다고 소문난 그 선비도 사실은 세 번 네 번 수도 없이 새까맣게 고친 거였다. 예전 중1 교과서 생활국어에도 <글 잘 쓰는 천재들의 거짓말은 믿지 마라> 에 실렸던 글이다. 


   글 쓰는 사람 중 일부는 이 선비처럼 자신의 천재성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의 노력을 숨기려 드는 사람도 간혹 나타나긴 한다. 단지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 분이다. 하지만 고쳐 쓰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아무리 주장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


https://blog.naver.com/studyplan12809/221097658102


   글을 써놓고 읽어 보면 안다. 좋은 글인지 엉성한 글인지는. 좋은 문장은 입에 착 감기는 것이 껄끄러움이  없다. 일설에 의하면 류시화 작가도 시를 쓴 후에는 100번 이상 낭독해본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읽히면 그때서야 발표한단다.


   글은 리듬을 타야 한다. 긴 글만 쓰면 이 문장이 도대체 언제쯤 끝나려나 읽는 사람이 지루함을 느낀다. 짧은 글만 쓰면 툭툭 끊어진다. 주장 글을 쓸 때도 짧은 문장만 쓰면 도끼 글이 되기 쉽다. 도끼로 내리찍듯이 자기의 주장만 쓰다 보면 글이 강퍅해져 독자를 설득할 수가 없다. 그런 글은 읽는 이에게 거부감을 준다. 글의 어조도 너무 강하면 지친다. 물론 약해도 글이 늘어져 읽는 맛이 덜하다. 이처럼 문장의 길고 짧음, 장단이 서로 맞아야 글맛이 산다. 글도 음악처럼 리듬을 타야 읽는 이를 즐겁게 할 수 있다. 


   필력 좋기로 정평인 난 유시민 작가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진보적 원칙을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하느냐고, 혹시 진보냐? 이에 유시민 작가는


"저는 글을 쓸 때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습니다. 문장이 정확한가? 논리에 결함이 없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인가?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가? 그런 것만 살핍니다."

                                - <<표현의 기술>>(유시민 저, 정훈이 만화/생각의 길)


   이른바 좋은 글이란 정확한 문장에 글쓴이의 생각이 논리적으로 전개됐을 때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해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읽는 이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없다면 그 또한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독자와 소통이 되지 않으면 그 글은 죽은 글이나 마찬가지다.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나지 않는 한 하루아침에 글을 잘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한 방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렀어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해오고 있는 방법이 있다. 베껴쓰기야 말로 글을 잘 쓰기 위한 검증된 비법이다. 

   필자도 시 800여 편을 베껴 쓰고,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 예술 강사를 뽑을 때 지원 자격 요건이 등단한 작가에 한해서였다. 3개월 꼬박 하루에 10편씩 옮겨 적고, 묘사하는 문장을 어떻게든 하루에 10 문장씩 썼다. 등단 후에 해당 편집 주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 등단 작은 적어도 7~8년 정도 내공을 갖춘 시라고 했다. 베껴 쓰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베껴쓰기는 짧은 시간에 글쓰기 실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선택적 필사의 힘>>을 쓴 이세훈 작가는 말한다. 


"명문장의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핵심 문장을 필사한 후에, 바꿔 쓰고 고쳐 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에 자신만의 문장 구조를 바탕으로 시나 실용문을 써보는 과정을 통해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

                                     - <<선택적 필사의 힘>>(이세훈 저/북포스)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탄탄한 구조를 가진 문장을 베껴 써보도록 하자. 베껴는 쓰되 표현의 일부를 바꿔 써보는 것이다. 훌륭한 문장을 가져왔으면 기본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다. 그 상태에서 자신만의 어휘로 바꿔 써보고, 다시 한번 고쳐 써본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해당 작가의 문장의 구조를 읽힐 수가 있다. 더 나아가 글쓴이의 단락을 펼쳐내는 힘을 체화할 수 있다. 베껴 쓰기로 익힌 문단 전개력을 토대로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개성 있는 글을 쓰게 된다. 



고치는 것은 버리는 것이다


https://blog.naver.com/mhintw/220834716057



   이때 주의할 것은 너무 많은 내용을 글에 담으려 해서는 안 된다. 글 하나에 이야기가 너무 많으면 독자는 숨이 막힌다. 긴 글은 문장을 나눠 짧게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잘 고치는 것이 생명이다. 


   기자 출신의 박찬영 작가는 <<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에서 '글을 고치는 것은 곧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글 고치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버리려 하지 않고, 쓰려고만 하기 때문이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쓸데없이 꾸며주는 말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를 테면', '그리고', '이는' 등과 같은 접속어나 지시어만 줄여도 문장은 훨씬 간결해진다. 흔히 시나 문장이 기교를 부린 흔적 없이 극히 자연스러울 때, 우리는 '천의무봉'이라는 표현을 한다. 말 그대로 선녀의 옷처럼 바느질한 자리가 없는 군더더기가 붙지 않은 글을 써야 한다. 


   훌륭한 글은 수많은 퇴고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고전학자이자 인문학자로 저명한 정민 교수의 과감한 퇴고 과정이 구본준 기자의 <<한국의 글쟁이들>>에 나타나 있다. 


   정교수는 책을 쓸 때 '전달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대중은 정교수의 문체가 유려하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글 쓰기에 있어 아름다움을 전혀 중시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한다.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장을 나눈다. 그가 글을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글의 리듬, 그리고 언어의 경제성이다. 아무리 공들여 쓴 표현이라도 퇴고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도려낸다. 그럴수록 전달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쓴 글을 다시 매끄럽게 다듬는 방법으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낭독'이다. 글을 쓰고 나면 무조건 세 번씩 소리 내서 읽어본다. 다시 손보고 나면 그다음에는 아내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아내가 읽어가다 멈추는 곳이 있으면 그건 문장이 잘못된 거예요. 그런 곳들을
한 번 더 고칩니다. "

                                            - <<한국의 글쟁이들>>(구본준 저/한겨레출판)

   

   글쓰기의 대가들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치고 수정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퇴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아이들이 쓴 글은 주장만 있는 글이 대부분이다. 주장에 대한 합당한 근거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아 생각이 단절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렇게 쓴 글에 실망해 글쓰기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지기 때문이다.



퇴고의 원칙


https://blog.naver.com/campusstar8/220026563186

   

   자기가 쓴 글을 퇴고할 때 글 수준, 단락 수준, 문장 수준, 단어 수준으로 고쳐본다. 이미 학교에서 교과서와 같은 정제된 글을 많이 읽어 왔기 때문에 자기가 쓴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을 골라낼 수 있다. 퇴고할 때는 읽으면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찾아내 고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자기가 쓴 글을 스스로 고쳐 보는' 자기 퇴고의 과정'이 끝나면 친구와 바꿔서 고쳐 보게 한다. 합평을 하면서 고쳐 보게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친구가 쓴 글의 단점을 먼저 말하지 않도록 한다. 

좋은 점과 잘된 점을 먼저 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자칫 분위기가 서먹해질 수도 있다.


   글을 고칠 때 기본이 되는 원칙이 있는데 부가의 원칙, 삭제의 원칙, 재구성의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부가의 원칙은 미진한 부분, 빠진 분분을 덧붙여 채워 넣는 과정이고, '삭제의 원칙'은 필요 없는 부분을 없애는 과정이다. 퇴고를 할 때 같은 단어나 문장의 중복은 피하고, 간결하게 줄인다. 불필요한 부분, 지나친 부분 등을 삭제함으로써 간단명료하게 표현한다.


   예를 들어,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다른 사람과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라는 문장을 살펴보면 주어가 생략되어 있다. '인간은' 혹은 '사람들은'이라는 주어만 넣어도 문장은 매끄러워진다.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다른 사람과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  인간은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다른 사람과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다음은 서술어와 부사어를 삽입하여 문장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든 부가의 원칙 사례이다.   


 아름다운 새소리와 꽃향기가 실려 온다.  
 = 아름다운 새 소리는 들려오고 꽃향기는 바람에 실려 온다.  

  

   문장에 같은 말이 반복되어 있으면 삭제의 원칙을 사용하여 문장을 고치면 된다. 다음의 문장에서는 반복되어 있는 '나누다'라는 부분을 삭제했다. 


음식을 먹는 방식을 나누면 대체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음식을 먹는 방식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글의 논리를 다듬어 좋은 글을 만드는 과정이 '재구성의 원칙'이다. 어휘를 바꾸거나 글의 순서를 변경하여 효과를 더 높일 수 없는가를 살펴본다. 이때 중점을 둬야 할 점은 완성된 글이 논리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지의 여부이다.


 

https://blog.naver.com/reitniop/220404850635

 

아래의 글은 학생이 독후감으로 쓴 서두의 글이다. 

   이청준의 <<눈길>>은 잊혀 가는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어머니에게 '노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거리감을 의식적으로 나타낸다. "내일 아침 서울로 올라가야"한다는 아들인 '나'의 말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날 저녁 노인은 '나'에게 지붕 개량 사업에 대한 얘기를 꺼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물론 노인이 지붕 개량을 하려는 것은 순전히 자식들을 위한 것이다.
   요즘은 명절에도 고향을 찾기보다는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 고향이라는 말, 효도라는 말은 이제 옛 풍습의 언어로 잊혀가고 있다.


   <<눈길>>은 잊혀 가는 고향이나 효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소재이다. 특히 구정이나 추석 명절때는 빠지지 않고 다룬다. 


 다음의 글은 재구성의 원칙을 사용하여 퇴고한 글이다. 글쓴이의 의도를 첫 문장에 나타내기 위해 문장의 순서를 바꾸었다. 그리고 '노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먼저 언급한 후에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앞 문장과 순서를 바꿔 재구성했다. 


    요즘은 명절에도 고향을 찾기보다는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 고향이라는 말, 효도라는 말은 이제 옛 풍습의 언어로 잊혀가고 있다.  
     이청준의 <<눈길>>은 잊혀 가는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내일 아침 서울로 올라가야"한다는 아들인 '나'의 말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어머니에게 '노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거리감을 의식적으로 나타낸다. 그날 저녁 노인은 '나'에게 지붕 개량 사업에 대한 얘기를 꺼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물론 노인이 지붕 개량을 하려는 것은 순전히 자식들을 위한 것이다  


   퇴고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주제의 명료성이다. 전체 글에서 글쓴이의 중심 생각이 분명하게 드러났는지를 확인하고, 뒷받침하는 문장들이 글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그다음 문단별로 살펴보아야 하는데, 서론 부분에서는 관심 집중, 문제 제기, 논의의 방향 순으로 점검한 후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본론에서는 글이 논리적 순서에 맞게 배열되어 있는지, 논거로 들고 있는 사례나 근거가 적절한지, 각 단락은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으로 알맞게 구성되어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문장을 살펴볼 때는 각 문장이 뜻하는 바가 분명한지 확인한다. 동어반복식의 문장은 없는지, 주어와 술어 관계가 호응이 잘 되고 있는지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인지, 쓸데없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맞춤법과 원고지 사용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핀다.

   

   




<명문대 합격 글쓰기>의 저자 진순희 인사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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