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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Oct 08. 2021

거기서 확진자가 나왔다면서요?

인근 H 고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시험이 2주 연기가 됐다. 그런데 또 확진자가 나와서 결국 오늘 고1들은 시험을 보지 못하고 왔다. 어제 밤늦도록 직전 보충해 준 것이 소용도 없이 일주일이 연기됐다. 

고2는 다음 주까지 시험 기간이라 중학생 시험이랑 합해서 시험대비만 근 두 달 가까이하고 있는 셈이다.  

    

시험이 끝나고 두 주 연속 대체공휴일이 있다 보니 학생들 분위기가 싱숭생숭하니 말랑말랑하기까지 하다. 

전에 같지 않게 집에서 숙제를 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는 친구들이 많다. 주 2회 가는 영어 학원들도 2시간 수업하고 2시간 정도 과제하는 시간을 주다 보니 집에서 숙제한다는 생각이 아예 없다. 학원에서 모든 걸 해결하고 오기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보니 그렇게 굳혀진 듯하다. 


숙제 안 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간 점검으로 학원에 와서 숙제 검사를 받거나 못 해오는 친구들은 하루 더 오라고 해서 학원에서 시키고 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난 아이들은 느슨해져서 그런지 다른 과목 수행평가 핑계를 대며 오지를 않고 있다. 그러던 차에 민지 문자를 받았다.     

 


선생님, 어떻게 해요. 
영지랑 혜윤이네 반에서 확진자 나왔대요.
소문에는 혜윤이가 확진자래요.
일요일 수업 어떻게 해요. 같은 팀인 우린 어떻게 하지요?     



“설마? 자세히 알아보자”라고 안심시키는 문자를 보내고 불안해하는 쪽은 오히려 나였다.     

갑자기 작년의 기억이 소환됐다.  

작년 이맘때도 H고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우리 학원에 H고교 3학년들이 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초등부 아이들이 근 한 달 가까이 학원을 쉬었다. 아이들은 나오지 않아도 임대료는 쉬지를 않으니 신경이 쓰였다. 쉬다 보니 아예 학원을 그만두는 아이들도 생겨나고 그 여파는 겨울 방학까지 이어졌다.   

  

 

출처: Pixbay


공포에 가까운 걱정이 밀려왔다. 

혜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학원 다니는 아이들의 가정부터 그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다른 학원에까지 영향이 미칠 것 같아 두려웠다. 영어 수학 과목은 우리 아이들이 대형 학원들을 다니고 있어서 거기에 종사하시는 분들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욱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했다.  

확진자라고 소문이 난 혜윤이는 대체 휴일에 가족 여행을 가느라고 지난 일요일 수업에 오지를 못했다. 개인 사정으로 결석한 아이들은 원래 보강이 없다고 상담할 때 안내를 한다. 그런데도 주 1회 하는 수업이라 한 번이라도 빠지면 안타까울 거 같아서 먼저 나서서 보강을 잡는다. 혜윤이도 미리 불러서 화요일에 보강을 한 터였다. 


보강하는 도중에 혜윤이가 폰을 들여다보더니 주섬주섬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정색하며 바라보니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대요. 

  저 코로나 검사하러 가야 된다고 문자 왔어요.” 이러고는 가버렸다.  


민지 문자를 받는 순간 그 기억은 온데간데없고 혜윤이가 확진자라면 나도 검사받고 밀접 접촉자라 자가 격리해야 되는 건 아닌지부터 걱정이 앞섰다.      

지난 화요일에 코로나 검사받으러 갔다는 혜윤이한테 문자를 넣었다.     

확진자 너 맞니?라고 묻고 싶은 걸 애써 참고   

   

너네 반에 확진자 나왔다며?     

한참 만에 혜윤이한테 문자가 왔다.    

 


그게 끝이었다.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아이야?     
혜윤아 코로나 검사받은 건 괜찮지?
코로나 검사한 거 음성 판정받았다고 아이들 다 연락 왔더라     



혜윤이 너, 소문대로 설마 확진 판정받은 건 아니지? 구구절절 묻고 싶은 걸 누르고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참다못해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았다.     

한 시간 있다가 혜윤이의 전화를 받았다. 그 짧은 한 시간 동안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혜윤이가 전화를 못 받는 것은 아마 수학학원에 있어서일 거야. 10시면 수업이 끝나니까 그때는 전화가 오겠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아니지 확진자로 판정받아서 병원에 입원해 있느라 못 받는 건 아닐까? 


심지어 “그 학원에 확진자 나왔다면서요?”라는
 학부형들의 전화가 빗발칠 거라는 상상까지 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전화하셨어요?     


어, 그래 혜윤아. 지금 어디? 학원에 있는 거야?   

   

네     


전화기 너머로 무심한 듯 대답이 왔다. 학원이라면 영어 학원이라든지 수학 학원에 있다고 말을 해야 할 텐데 그냥 “네”였다.      


혜윤아, 너네 반에 확진자 나왔다며? 지난번 검사한 거 결과 나왔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밤 10시가 넘어서 피곤한지 혜윤이의 윤기 없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학 온 애가 확진자라 걔는 당분간 학교 못 나온대요. 

    

그렇구나. 너는 괜찮아.    

 

네.      


그냥 단답형 대답이었다.      

아이구 다행이네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혜윤이가 확진자라는 소문이 난 것은 전학 온 학생이랑 공교롭게도 같이 조퇴를 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학생은 코로나 증세가 있어서 조퇴를 했는데 혜윤이 역시 생리통으로 조퇴를 했나 보다. 아무튼 그 한 시간 동안 지옥을 몇 차례 오고 갔다. 


나처럼 소규모로 하는 경우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덜 하다. 나만 고생하면 끝나니까 그나마 견딜만하다. 하지만 대형 학원들은 아무래도 딸린 직원들이 많으니 큰일일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혜윤이의 전화로 일단락됐지만 평온한 일상도 사실은 얼마나 허약한지!

잠깐의 확진자 해프닝을 겪으며 되돌아보게 됐다. 



제 책을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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