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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Oct 28. 2021

저, 너무 많이 늙은 것 같아요『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12월 초부터 중3을 제외한 중고등학생들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늦어도 11월 초에는 기말고사 대비를 해야 해서 아이들에게 생기부에 올릴 독서록을 쓰도록 채근했다.


얘들아! 기말고사 준비 들어가면 책 읽고 독서록 쓰기 힘드니까 오늘 부지런히 독서록 쓰고 가도록 하셔


아이들에게 수업 끝나고 남아서 독후감 꼭 쓰고 가야 한다고 당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평소 웃기 잘하고 서글서글한 수민이가 울상을 지었다. 


올해 10주밖에 안 남았아요. 
곧 중3이 돼요. 
저, 너무 많이 늙은 것 같아요.


잘못 들었나 싶어 수민이를 쳐다봤다.



정말이지 제가 너무 많이 늙은 것 같다니깐요.
 좀 있으면 중3이 돼요, 중3이~잇.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아이구 참, 난 또 뭐라구.

기도 안 차서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어쩌랴. 모든 게 다 상대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중3이 늙었다고 생각하면 늙은 거고, 60대를 청춘이라고 하면 청춘인 것을.


며칠 전 알고 지내는 출간 작가인 K님과 통화를 한 일이 있었다. 왜 우리가 쓴 책은 몇 쇄를 못 찍는 거냐고? 

어떻게 해야 3만 부 판매되는 작가가 될 수 있는 거냐고 통탄을 하며 이야기를 했다. 80까지는 현역으로 있어야 된다지만 이래 갖고는 어디 80까지 가겠냐고 푸념을 했다. 세상의 기운이 젊은 사람한테 다 가는 건지 요즘 들어 부쩍 힘이 안 난다고. 자꾸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고 하소연을 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K 작가가 달콤하고 힘이 나는 말을 해줬다. 



선생님은 지금 청춘이시지요. 40대인 저는 애기구요. 

그러니 우리 심기일전해서 다른 작가들처럼 베셀 작가가 돼 봐요. 

매일 한 꼭지씩 써서 11월 말까지는 초고를 완성해봐요. 



40대도 애기라는 말을 들은 지가 불과 사흘도 안 됐는데 열다섯 살 중2 여학생의 입에서 "너무 많이 늙은 것 같다"라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들으면 기절할 노릇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에는 보부아르가 늙음을 어떻게 대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작가이자 여성운동가인 보부아르도 청춘의 불빛이 꺼져가는 것에 분노하고 또 분노했지만 평생 공부한 철학에서 그 해답을 찾아 '노화와 평화로운 관계를 맺고 노화를 받아들였다'라고.


보부아르가 말하는 '잘 늙어갈 수 있는 열 가지 방법'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2. 친구를 사귈 것

3.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4. 호기심을 잃지 말 것

5.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6. 습관의 시인이 될 것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

8.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9.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10.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노년에 침묵한 이유가 그들이 장수하며 생의 끝까지 생산적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란다. 여든 살 삶을 놓을 때까지 일한 플라톤이나 아흔아홉 생을 마무리하기 오 년 전인 아흔넷에 자신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쓴 이소크라테스, 백일 곱살까지 살면서 죽기 직전까지 일에 매진한 고르기아스.  보부아르도 이들처럼 늦게까지 일을 했다. 


보부아르, 그는 언제나 일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도 많았다. 자동차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일을 했다. 보부아르는 사르트르가 오랜 기간 병을 앓을 때도 노화와 관련된 책을 쓸 정도로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보부아르가 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내 방어 수단은 일이다.
그 무엇도 내가 일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친구였던 시간이 아무도 모르게 음모를 꾸며 살금살금 인간 보부아르를 늙게 했다. 철학적 성찰을 통해 지혜를 얻어낸 보부아르는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타오를 것임을 믿는 것."이라고. 


노년이 우리의 이전 삶의 우스꽝스러운 모방이 되지 않게 하는 해결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목표를 계속 추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이든, 대의명분이든,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일이든, 지적. 창조적 일이든, 그 무엇에 헌신하는 길밖에 없다.

- 『노년』


"저, 많이 늙은 것 같아요"라고 말해 나를 당황스럽게 한 수민이는 순간적으로 드는 감정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수민이와 달리 내 몸은 다이어트에 실패한 이후 생애 최고치의 몸무게를 찍고 있다. 피망처럼 울퉁불퉁해진 몸매에 머릿결은 개털처럼 뻣뻣하다. 배둘레햄이 인격이라고 우길만큼 뻔뻔해지기까지 했다. 그 덕에 허리둘레가 점점 풍만해졌다. 팔뚝살 또한 뽀빠이처럼 되어 팔이 껴서 갑갑해 입지 못하는 옷도 늘어놨다. 주식 시장이 호황이어서 남들은 재산도 잘 불리고 있다는데, 나는 애꿎은 체중만 늘리고 있다. 


3킬로 감량했을 때만 해도 조금 영~해 보여 젊어진 것 같다는 인사도 제법 받았었다. 그게 한 달도 채 안 된 이야기다. 비주얼이 시원찮다 보니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도 스스로 늙었다는 자괴감이 저절로 든다.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 보부아르처럼 태도를 바꿔보기로 했다. 

지금껏 살아왔던 것처럼 의미 있는 목표를 정하고 지적이고 창조적인 일에 헌신하자 결심을 해본다.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애써 힘을 써보자고.  이번에도 그저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출처: https://www.mirror.co.uk/science/day-people-most-likely-give-21199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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