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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Oct 30. 2021

『오늘부터, 詩作 시작』, 글쓰기 좋은 계절입니다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귀 기울여
진짜 내 생각을 쓰는 일


오늘부터, 時作





계관시인 테드 휴즈의 『詩作法』이 절판됐다가 『오늘부터, 詩作 시작』으로 재출간됐다.

얇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챕터별로 번안시와 비교하여 읽도록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도 실려 있어 이해하기 편다.  


테드 휴즈가 "어느 날 문득, 시를 쓰기 시작했다."라며 우리에게 권하는 것이 마치 하루키가 야구장에서 어느 날 문득 소설이 쓰고 싶어 져서 소설을 쓰게 된 것처럼 다가왔다.


테드 휴즈는 사실 그의 詩도 시지만 아내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로 더 유명한 사람이긴 하다. 테드 휴즈의 외도로 실비아 플라스는 어린 자식을 두고 자살을 했다. 가스 오븐을 틀어놓은 채로 말이다.  테드 휴즈는 아내뿐만 아니라 아들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에드위지 당티카가 쓴 『남아 있는 날들의 글쓰기』에 의하면 해양 생물학자였던 실비아 플라스의 둘째 아들 니콜라스 휴즈 또한 2009년 47세의 나이로 목을 매 자살했다.  


실비아 플라스는 죽고 나서 점점 더 명성을 얻었다. 그에 비해 테드 휴즈는 실비아 플라스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플라스를 추종하는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의 질타를 받아 더욱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아무튼 그가 불행했든 아니든 간에 그가 쓴 『詩作法』은 시를 쓰고자 하는, 글 좀 써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시좀 공부한다는 사람들에게 꾀나 유명한 테드 휴즈의『詩作法』은  BBC 교육방송의 <듣기와 쓰기 > 프로그램에 활용했던 원고를 모은 것이다. 청취 대상이 중고생 정도의 연령층임을 감안해 시에 대한 접근이 개념적으로 흐르지 않아서인지 시작법 책 치고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역자는 『시작법 · Poetry in the Making』을 서점의 진열대에서 발견했는데, 아래의 몇 구절을 발견하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마침내 열다섯 살가량이 되자 내 삶은 좀 더 복잡해졌고 동물들에 대한 나의 태도 역시 변했다. 나는 그때까지 내가 동물들의 삶을 휘저어 놓은 데 대해 스스로를 꾸짖었다. 나는 이제는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 나름의 관점으로.

- 『詩作法』의 역자 서문 중에서


테드 휴즈는 '동물을 동물들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시를 쓰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득 시를 쓰기 시작하게 된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그는 시를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 생명체가 없는 가운데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실체로 '시'를 바라봤다.



"마음속에 새로운 시 한 편을 움트게 하는 특이한 흥분, 가볍게 도취된 채 아주 무심결에 이루게 되는 집중, 그런 다음엔 윤곽, 부피와 색채와 깨끗이 마무리된 형태, 평범한 무생명체(無生命體)의 한가운데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실체(實體), 이 모두는 너무도 친숙해서 오인할 여지도 없는 것들이다. 이것이 사냥이며, 시는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 여러분 자신의 생명 외부에 있는 생명을 지닌 새로운 종(種)인 것이다."

- 『詩作法』, 23쪽



1장에서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특히 7장은 주목할 만하다.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 뿐만 아니라 글 쓰는 태도와 방법 등에 관한 내용도 전한다.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술술 만들어낼지 매번 쓸 때마다 고민스럽다. 유머스럽고 위트 있는, 말하자면 재미있는 글에 관심이 많다. 재미와 의미가 있는 글을 쓰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런 욕망은 지금도 유효하다.

테트 휴즈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아주 짧고 경쾌하게 표현했다. 유쾌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답치고는 너무 싱겁다. 문제는 싱거운 답처럼 쓰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오직 진실로 여러분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서
여러분이 재미있게 쓰면 된다고."   


글을 쓸 때 단순히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것과 삶에 있어 심원한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 사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단다. "완전히 흥미 위주의 작가와 매력 있는 작가 사이의 차이점은, 매력 있는 작가가 참으로 그를 흥분시키는 것에 대한 훌륭한 후각을 갖고 있어 추적의 명수이며 참으로 자신에게 살아 있는 것에 대해 보다 나은 본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 Pixabay



결국 글쓰기에 있어서도 생명력이 문제가 됨을 알 수 있다. 흥미 위주의 작가는 여러 면에서 더 감각적인 듯이 보이기는 하지만 생명이 넘치는 것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단다.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귀 기울여
진짜 내 생각을 쓰는 일


오늘부터 시 쓰는 時作이든 글 쓰는 시작始作이든  "가장 좋은 시작(始作)은 여러분 자신이 쓴 시작이라"라고 강조한 테드 휴즈의 시를 읽으며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볼 일이다.


그가 안내한 다양한 시들을 읽으며 <시작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몸에 배이게 되다 보면 자신의 삶에 생명체로써의 시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또 누가 아는가. 테드 휴즈처럼  "어느 날 문득, 시를 쓰기 시작했다."라고 고백하게 될는지.



제 책을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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