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부속집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https://blog.naver.com/gkask3904/222494025604




돼지 부속집


이영식



폐차장 근처 돼지부속집에 모인 사람들

미션과 삼발이, 얼라이먼트, 캬브레타, 엔진 ……

폐차의 주검을 수습하던 손으로 소주잔을 돌린다

막창, 오소리감투, 갈매기살, 껍데기, 쌍방울 ……

돼지부속 안주 삼아 한 저녁을 건너고 있다

아줌씨 저 쌍방울이 뭐시당가요?

비뚤비뚤 기어간 메뉴판 글발 놓고 던진 농지거리에

아그야, 넌 불알도 모르것냐?

어구 저 씨부랄 놈, 너그 집 죽은 시계불알이다

기름때 절은 손으로 봄똥에 쌈장을 처바르던 사내

돼지 껍데기 뒤집듯 다시 한번 지글거리는데

아줌씨 갈매기살이나 쌔려 묵고 바다로 날아가 불까?

저런 우라질 놈 생지랄하고 자빠졌네

오소리감투 처먹고 목이나 콱 막혀 뒈져부러라!

욕지거리도 매양 듣다보면 헛배가 부르는지

그래 이왕지사 욕질 판에 감투나 한자리 써 보자고

오소리감투를 불판 위에 한 움큼 올려 보는데

욕쟁이 아줌씨 뭇방치기로 한마디 더 쏘아댄다

이눔아 난 오늘 새벽에도 돼지머리에 절 한자리 올렸다

니놈들도 폐차 꽁무니에 대가리라도 한번 박아 봐라

불쑥 내민 홍두깨에 소주잔 꺾던 손이 뜨악해지는데

야들아 오늘 우리 몇 대나 작살내브렀냐?

오십 대냐? 백 대냐? 나는 누구의 부속(附屬)이었다냐?

기름밥 먹는 우리 몸속의 부속들은 안녕하시당가?

가슴에서 불알까지 손더듬이로 쓸어 보는 사이

초겨울 저녁 돼지부속집 금 간 유리창에는

오소리털 벙거지 뒤집어쓴 고향 눈이 누덕누덕

어둠을 깁고 들어서는 것이렷다



- 이영식 시집, 『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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