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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17. 2021

듣고 싶었던 말이 있나요?

『사람들이 듣고 싶게 만드는 말하기의 기술』

학원이라는 직종의 특성상 이별은 일상으로 있는 일이다.

헤어짐은 다양한 형태로 온다. 고3이 되어 졸업을 하게 된다든 지(이때는 학원이고 학부모 양쪽 다 럭키한 경우다), 아니면 이사를 가게 되어 거리상 못 오게 된다든지 또 불행하게도 처음 하고 생각이 바뀌어 변심을 하게 된다든지 여러 이유에서 헤어진다.      


학원 끊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전하는 이의 태도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어떤 전화는 기꺼이 이해를 하게 되고 또 어떤 연락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할 정도로 상흔을 남기도 한다.  


말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말할 때 조심하는 편이다. 물론 그럼에도 돌발 사고처럼 실수를 한다. 실수는 말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톤 폴리시라고 해서 말의 톤을 맞추지 못해서 상대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고2 현영이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현영이 교육비 납입일이 언제냐고 물었다. 10일이라고 했더니 그때까지만 하고 이번 시험은 현영이 혼자서 해보겠노라고.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겸양의 격률”을 사용해 현영이의 상황을 말했다. 사회생활을 잘하고 계시는 분답게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하지 않을 정도로 말씀을 잘했다. 자신에 대한 칭찬을 최소화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비방을 극대화하는 어법을 사용해 듣는 나를 편하게 해 줬다.      


현영이가 압박이 심하면 모든 걸 내려놓으려고 해요. 수학, 영어, 국어 학원 다니고 있는데 시험 때 되니까 각 학원들마다 조금씩 늘렸나 봐요. 그렇게 되니까 압박감이 심해서 그런지 자꾸 혼자 해보겠다고 해요.

아휴, 걱정이지요.      


이것저것 묻지도 않고, 이번 주 수업에 오면 현영이 얘기를 들어보겠노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현영이 어머님은 30년째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신다. 어떻게 하면 현영이 어머니처럼 예쁘게 말할 수 있을까.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바깥일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내게 말하기의 중요성은 피할 수 없는 주제이다. 특히 연사로서 발표할 기회가 종종 있어 말하기와 관련된 책은 일부러 찾아서 읽고 있는 편이다.  

     


‘TED 명연사에게 배우는 스피치 노하우 70’이란 부제를 단 『사람들이 듣고 싶게 만드는 말하기의 기술』에 손이 갔다. 이책은 스피치의 노하우를 전문적이고 정확하게, 게다가 쉽게 소개하고 있다.

「Ted 14 숨기거나 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라」 편에는 양성평등 운동과 성폭력 예방 활동 중인 작가 잭슨 카츠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연설을 볼 수 있다.      


  “성폭력 문제를 전적으로 여성의 문제로 보는 건 옳지 않습니다. 이것은 남성들에게 그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구실을 줍니다. 그렇죠? 남성들은 ‘여성 문제’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로 받아들입니다. ‘나는 남자야. 저건 여자들의 문제잖아.’라고 말이죠. … 남자들은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행동합니다. 이런 방관자적 심리로 인해 남성이 중심이 되어야 할 토론에서 남성이 제외되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듣고 싶게 만드는 말하기의 기술』, 63쪽



잭슨의 연설은 망설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중간에 머뭇머뭇하거나 말문이 막혔다면  아마도 청중들은 연설하는 사람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머뭇거리지 않고 기탄없이 말하는 잭슨에 대해 신뢰도가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말하기에서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 못지않게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Ted 26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청중의 주목을 끌어라>에는 이야기를 독특하게 재구성해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사례가 있다.     


중국의 아나운서 징이단 敬一丹은 중국 농가를 방문했던 경험을 <가치 있는 목소리를 전달하라>의 기사를 통해 발표했다. 기사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 아주머니가 냄비에 거무스름한 채소를 넣고 삶은 물에 옥수수 가루를 집어넣었다. 돼지에게 먹일 꿀꿀이 죽인 줄 알았더니 그 아주머니가 먹고 있었다. 알고 봤더니 꿀꿀이 죽 같은 거친 음식은 바로 그녀의 점심이었던 것이다. 집안을 둘러보니 가구와 집기를 몽땅 합쳐도 100위안(한화로 17000원 정도 남짓)이 채 안 되어 보였다. 열악한 환경에 고개를 들지 못했던 카메라 맨이 다다가 100위안을 아주머니께 건넸다.

‘이 돈으로 새끼 돼지라도 사서 키워보세요. 살림에 보탬이 될 겁니다.’ 감격한 그녀는 이 마을을 통틀어도 100위안짜리 지폐를 잔돈으로 바꿔줄 사람은 없을 거라고 했다.

카메라맨을 꼭 껴안으며 ‘넌 이제부터 내 아들이야!’

징이단은 처참한 환경과 가난에 찌든 사람들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괴로웠다. 자식처럼 우리를 대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도대체 난 무얼 하려고 했던 것일까! 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징이단은 비참한 산골 풍경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반전을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속 깊은 울림을 전했다.  

『사람들이 듣고 싶게 만드는 말하기의 기술』에서는 비록 흥미로운 이야기를 준비하지 못했을 때라도 이것을 만회할 약간의 팁을 제시한다.


회상, 반전, 복선 등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라고.
알려준 대로 따라 한다면 좋은 연설에 필요한 좋은 이야기로
거듭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목요일에 현영이가 왔기에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물어봤다.

시험 때가 되니 영어와 수학 학원에서 수업 일수를 늘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신 대비는 내신대로 하면서 정시도 나가야 한다면서 하루씩 더 오라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현영아 영어랑 수학 학원에다 말해.

그냥 내신 기간에는 내신만 한다고. 기말 끝나고 나서부터 정시 대비한다고 말해.

현영이 네가 교통정리해. 너는 압박감을 느끼면 그냥 놓아버리는 성향이 있잖아. 그러면 그러지 않도록 네가 조절하면 되지 그 쉬운 걸 뭘 고민해. OK? 세상 어렵게 살지 마.

너는 지금 내신 대비 기간인데도 학원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정시 대비도 하고 싶은 거잖아.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말고.      

현영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들여다봐. 내면의 어린아이는 누구나 다 연약해. 약한 너를 돌보도록 해.

          

시험 기간에는 영. 수 학원에서 정시 대비는 안 하는 것으로, 원래 하던 대로 하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

현영이 네 생각은 어때?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그러면 그건 괜찮을 거 같아요.” 하면서 멋쩍은 듯이 웃는다.     


아마 현영이도 이런 이야기를 내심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 결단은 못 내리고 누군가가 결정을 내려주기를. 현영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줘서인지 아주 쉽게, 다시 수업을 받기로 하고 갔다.

           

듣고 싶었던 말이 있나요? 아니, 듣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지금 당장 종이에 써 보시기를 권합니다.    


                           



          


제 책을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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