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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Dec 23. 2021

저, 경희대 붙었어요

이런 기쁨의 소리가 있나.

선 생니 임~~ 저, 최저 못 맞출 것 같아요. 수능 보고 난 저녁 무렵에 형원이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오죽하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그 슬픈 마음을 글로 남겼을까.


수능 최저를 못 맞췄어요 https://brunch.co.kr/@nangrang77/527    

 


가르치는 입장에서 제자들의 합격 소식은 그 무엇보다도 기쁘다. 선물도 이런 선물에, 영광도 이런 영광이 없다. 

경희대 논술은 두 과목 합해서 7만 맞추면 되기에 논술로써 승산이 있었다. 게다가 형원이가 국어 영역은 1~2 등급을 맞아오기에 독해력에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잘 읽어야 잘 쓸 수 있기에 형원이를 소개받았을 때 국어 등급부터 물어봤다. 물론 이번 수능에는 10개난 틀려와 역대급 최저 등급을 맞아와 나를 기함하게 만들긴 했지만 말이다. 


     

수능을 망친 형원이를 독려하며 다시 논술 준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어차피 논술 전형으로 접수한 학교들의 최저를 못 맞췄기에 처음과 달리 의욕이 없었다.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의 위해>의 ‘자라나는 마음’이 아니라 ‘꺾어진, 아니 꺾어지는 마음’만 남아 있었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논술 준비를 하는 형원이를 보는 나 또한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상처 입은 어린 친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왔다. 


경희대 논술 시험 보고 나서도 가타부타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한숨만 쉬고 있었던 차였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17일에 형원이 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예비 번호 2번을 받았는데 한 사람이 빠져나가서 한 명만 이동이 있으면 자기 차례라며, 

선생님 저 꼭 경희대 가고 싶어요.

꼬옥요. 저한테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저, 간절히 기도하고 있어요.     



애 닳는 전화를 받은 지 5일 만에 기쁜 소식을 들려줬다.

원래는 1차 충원 발표가 22일 24시였는데, 합격 발표는 네 시간 정도 앞당겨 홈페이지에 공지가 됐다. 합격이 불투명해서 며칠 째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형원이한테 전화로 물어볼 수도 없고 혼자서 속만 태우고 있었다.      



화요일은 학원 쉬는 날이라 매번 산에 오른다. 트래킹 정도의 산행을 하고 올 한 해 꼬박 신춘문예 준비를 해왔다. 형원이한테 예비 번호 받은 얘기를 들은 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등산을 하며 응모했던 신춘문예 결과도 기다리면서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형원이의 합격과 나의 신춘문예 등단을 위해 걷는 한 걸음걸음마다 기도하며 내디뎠다. 그때까지도 형원이한테 전화가 없어서 내려올 때는 마음을 내려놨다.     

 


출처: Pixabay


저, 신춘문예 안 돼도 좋으니
형원이 합격만 시켜주세요
하면서 하산을 했다.


 정말이지, 내려올 때 기도했던 그것만 들어주셨나 보다. 내게는 아직까지 신문사에서 전화가 없다. 형원이 합격 소식만 들었다.  (나도 껴주면 좋았을 텐데 ……)

그 전날 산행하며 한걸음 한걸음 마음을 담은 간곡한 기도발이 먹혔나 보다. 



전화벨이 울리면서 형원이 이름이 떴다.

선생니이~~임. 저 붙었어어요.

붙었어요, 하는데 침묵이 흘렀다.


형원아, 합격이지?

네에~~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거봐 이 사람아. 나랑 해서 실패한 사람이 없다고 했지. 

내가 복순희이야, 복순희이닷. 복을 부르는 순희라고. 

형원이, 자네가 해 낼 줄 알았지.      


아니오, 저만 떨어져서 선생님께 폐 끼칠까봐 걱정했어요. 

형원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아, 여기 터가 좋다니까. 터가 좋다구. 진순희가 있는 곳은 다 좋아. 나랑 연결된 사람들은 내가 다 최고로 만들어놓는 다니깐. 형원이 네가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어. 

내가 누구야? 확신 없이 시작하지 않아. 어떤 일을 하는 데 확신이 없으면 곤란하지. 확신을 갖고 해도 세상 일이란 될까 말까 하는데. ‘된다’라는 기본 마음가짐이 없으면 안 되지.   

  


형원이가 전화를 끊지 않고, 선생님 감사합니다를 연거푸 내뱉었다. 전화받느라 카톡을 못 봤는데 형원이 어머니께서 “우리 형원이 경희대 붙었어요.”라고 남겨놓은 문자가 있었다. 

얼른 전화를 드리니, 형원이 보다도 더 많이 우시면서 말을 잇지를 못했다. 재수 생각하고 알아보고 있었다고. 정말 감사드린다며 계속 우셨다.   



형원이를 처음 소개한 선생님은 수학을 가르치는 최선생님이셨다. 형원이의 합격 소식을 전하려고 했더니 시누이한테 벌써 들었다고 했다. 최선생님의 시누이 되시는 분이 형원이 어머니이다. 수능을 망치고 왔다고 해서 내심 부담이 컸다고 했다. "저랑 하면 다 된다니까요" 라며 최선생님게 장난스럽게 농을 했다.  

 

아이들과 인연이 되면 언제든 확신을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일부러 도에 넘치도록 과장해서 말한다.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며
아인슈타인의 말을 들먹이며
내 마음대로 해석해 아이들의 마음을 확 잡아놓는다.
 
신은 주사위 놀음 따윈 하지 않는다잖아.
설마 너네를 어설프게 만들어놨겠어?


얼마나 큰 인연으로 우리가 만난 것인지, 함께 공부하는 이곳이 엄청나게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뭉쳐진 곳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터가 좋아서 공부만 했다하면 다 결과물이 좋고 대학을 잘 간다고 선언을 한다. 사실 이렇게 아이들을 고양 시켜놓고, 특별한 존재라고 계속 확인하고 점검하는 데 성적이 잘 안 나올 이유가 없긴 하다. 

우리 행복이(강아지) 키울 때는, 행복이를 쓰다듬으면 연대 간다는 정설이 있었다. 오는 아이들마다 서로 행복이를 안으려고 했다. 실제로 행복이를 늘 안고 있던 쌍둥이 여학생이 연대를 가긴 했다.      


참 평온하고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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