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읽을 정도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 역시 다정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유난히 다정스러운 아이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외동들이다. 다정스러운 외동들이 다 그렇지야 않겠지만 아이라곤 한 명만 있어서 그런지 친구들과도 애착관계가 눈에 띄게 표시가 난다. 팔을 만지거나 손을 잡거나 스킨십을 잘한다. 성격 또한 느긋하다. 쉬는 시간에 간식을 쏟아놔도 딴짓하다가는 한 번 밖에 안 먹었는데 다 없어졌다고 울상을 짓는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것도 느릿느릿, 대답도 느려 터지게 마지못해서 한다. 약싹 빠르지도 않고 경쟁심이나 조바심도 없다. 이렇게 보는 것은 나만의 제한된 시각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정이라면 저리 가라 할 정도인 태우도 외동이다. 태우는 중학생인데도 키가 180cm 정도 된다. 덩치도 큰데 늘 웃어서 부처님 같은 얼굴을 하고 다닌다. 이 산처럼 육중한 친구가, 친구들 옆에 딱 붙어 있어야지만 안심을 한다. 엄마 떨어지기를 두려워하는 아이처럼 친구 한 명한테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그런 태우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가 민석이다. 민석이를 좋아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냐 하면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지 민석이를 보자마자 웃는다. 민석이가 미리 와 있으면 웃으면서 민석이 옆으로 다가간다. 다른 자리 놔두고 꼭 민석이
옆 자리에 가 앉는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야 된다며 떼어놔도 어느 틈엔가 벌써 민석이 옆에 딱 붙어있다. 민석이 팔을 만지거나 손을 쓰다듬는다. 민석이가 질색을 할 정도로 스킨십을 자주 한다.
민석이는 태우에 비해 체구도 아담한 데다가 속눈썹까지 길다. 속눈썹 위에 성냥개비를 몇 개를 올려놔도 될 정도다. 아이들이 어릴 때 그린 엄마의 입처럼 반달 모양으로 꺾인 속눈썹이 물결처럼 움직인다.
장난꾸러기 민석이가 오늘도 통통 뛰어다니며 태우를 툭툭 쳤다. 보다 못한 태우가 민석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뒤에서 질끈 안았다.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