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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an 30. 2022

선생님, 너무 안쓰러워요

수업하면서 느끼는 건데 2022년 중2로 올라가는 학년이 제일 안타깝다. 물론 예비 고1 학생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특별히 중2가 되는 학생을 가엽게 느끼는 데는 시대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해서이다. 예비 중2 학생들은 중1 때 자유 학년제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많은 활동을 하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로 오면 정기고사를 한 해에 4번을 치르긴 했다.

공부의 하이라이트는 평가인데, 이번 예비 중학생들은 시험이라는 중간 점검을 못 받고 2학년에 올라가는 셈이다. 물론 학교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격 수업을 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의 학습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학습격차와 결손을 심화”시키기 위해 교육부나 학교의 노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간에 일부의 관리를 잘 받고 있는 학생들을 빼놓고 학습력이 저하된 것만은 분명하다.    



2학년 1학기 국어 중간고사에 <정확한 발음과 표기>가 시험 범위에 해당된다.  

<정확한 발음과 표기>를 공부하려면 ‘단어의 표기 원리’와 ‘단어의 발음 원리’, ‘단어의 받침 발음’, ‘모음의 발음’등을 알아야 <정확한 발음과 표기>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음과 모음의 체계를 알아야 하고 단어와 음운의 변동에 대한 배경 지식이 뒷받침된 친구들은 훨씬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중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중간고사를 보는 것이기에 학부모들의 걱정과 불안이 있었다.

방학 때 문법 특강을 개설하고 자음과 모음 체계를 가르쳤다. 자음과 모음이 포함된 분절 음운 체계를 가르치고 음운의 변동을 나갔다.

음운의 변동에는 교체, 축약, 탈락, 첨가 등을 설명하며 진도를 빼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가르치는 족족 금방 잊어버리고 헷갈려했다. 수학 특강을 아침부터 종일 듣고 와서 저녁 7시에 문법 수업까지 들으니 지칠 만도 했다.    


  


문제집의 음운의 변동 편을 마인드 맵으로 정리를 시킨 다음에 특단의 조치로 아이들에게 래퍼처럼 노래를 하게 했다.  


음운의 변동에는(노래하듯이)  교체! 탈락! 축약! 첨가!

바껴 바껴 교체에는~~

"끝소리 규칙, 비음화 유음화, 구개음화  된소리 되기! 자음동화, 모음동화"

팔을 휘두르며 시범을 보였다.


다시 한번 반복을 할 때였다.      

순하디 순한 백곰 같은 영민이가 울상을 짓듯 말했다.

       

선생님, 너무 안쓰러워요.

모지란 시키들 데리고 하려니 불쌍하세요.   

  

내가 불쌍하다고? 지금 쌤을 동정하고 있는 거야?

천만의 말씀. 군자의 삼락 중 최고의 즐거움이 영재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어.      


영민이 옆에 있던 승재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렇다고 저희가 영재는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 내가 자네들을 영재로 만들어 놓을 걸세. '

모지란 시키들이라니? 그리고 아무리 농담이라도 자신을 깎아내리는 표현을 하면 안 되지.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 모자란 사람이라고 말해서는 아니 되옵니다 ~^^  


아이들은 잠깐 생각하는 눈치 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음운의 변동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내가 안쓰러워서 동정심이 들었나?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일까?



출처: pixabay



'동정'이라는 말을 곱씹다가 예전에 공부했던 스피노자가 떠올랐다. 그는 『에티카』에서 '동정'과 '연민'을 섬세하게 구분한다.


동정이란 타인의 행복을 기뻐하고 또 반대로 타인의 불행을 슬퍼하도록 인간을 자극하는 한에서의 사랑이다.
연민이란 우리들과 비숫하다고 우리가 표상하는 타인에게 일어난 해약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에티카』<제3부 감정의 기원과 본성에 대하여> 중에서   


 스피노자는 그의 책 『에티카』에서, 인간의 감정을 기쁨과 슬픔으로 분류했다. 기쁨을 가져다주는 감정은 善이며 슬픔을 가져다주는 감정을 惡으로 구분한 바 있다. 스피노자가 정의한  '동정'을 부박하게 정리하자면 '동정'이란 타인에 행복에 함께 기뻐하고 불행에 함께 슬퍼하는 '사랑'이라는 善한 감정에 속한다. 반면에 '연민'은 "타인의 불행으로 느끼는 슬픔' 이기에 惡의 정서에 해당한다. '동정'이 동질감을 기반으로 했다면 '연민'은 자부심이나 우월감이 은폐되어 있다.


문법 특강을 듣는 우리의 아이들이 내가 안쓰럽다고 한 이유는 동병상련을 느껴서가 아닐까.

자신들도 방학 내내 하루 종일 대치동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고, 가르치는 선생 역시 아침부터 밤늦도록 수업을 해야 했기에 서로가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깔려 있지 않았을까 싶다.


동정, 그 사랑이라는 이름의 따뜻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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