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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Feb 03. 2022

『에세이 만드는 법』

유튜브에서 『에세이 만드는 법』의 저자인 이연실 편집자와 이슬아 작가가 대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참 재미있게도 진행을 한다 싶었다. 무게감은 털어버리고 경쾌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문자를 급하게 보낼 때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슬아 작가가 이연실 편집자한테 보낸 문자 내용 중에

      

편집자니

편짖자님     



ㅁ 자가 빠진 ‘편집자니’에는 ‘네가 편집자니?’, ‘편집자인 것은 맞니?’, ‘편집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는 있니?’와 같은 다양한 함의를 품고 있어서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저자와 편집자가 주고받는 과정의 문자에  <우리들의 부지런한 책 만들기> 방송이 끝나고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동글동글한 이연실 편집자의 얼굴이 잔상처럼 남았다. 그러던 차에 작가로 변신한 이연실 편집자의 『에세이 만드는 법』을 만났다. 

저자의 첫 문장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사실 난 에세이가 싫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아이쿠 저런, 에세이가 싫은데 에세이를 만들고 있다니? 자기가 하는 일이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작가 스스로도 비 소설팀으로 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나 보다. ‘비’뚤어지고 싶은 심정으로 새 팀장님이 된 오동규 털보 실장님을 찾아간 것을 보면. 웬 걸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얀마, 너 이건 기회야. 여기서 에세이랑 비소설 편집을 익히잖아? 그럼 나중엔 다 할 수 있어! 소설이든 인문서든 논픽션이든 그림책이든 다 척척 만들 수 있다고. 근데 그 반대는 어렵다? 일단 여기서 닥치는 대로 해 봐. 그럼 나중엔 네가 원하는 어떤 사람이건 이야기건 다 책으로 만들 수 있게 될 테니까.”(10쪽)     



오동규 털보 실장님의 꼬드김에 넘어갔을까?     


“나는 어쩌다 에세이 편집자가 되었지만, 책을 만들수록 에세이의 이런 애매한 중간성과 경계 없음, 체계 없음, 막연함과 자유로움에 빠져들었다. 신간 매대에 올리면 언제 최신간의 파 도에 휩쓸려 썰물처럼 쓸려나갈지 몰라 가슴이 쫄깃쫄깃한 게 스릴 만점이기까지 했다.” (11쪽)      


자신의 업(業)에 대한 자부심이, 사랑이 넘쳐난다.

편집자가 아니었더라면 절대 만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가장 아름답고 독보적인 점을 발견해 책”에 담아내도록 애를 쓴 흔적들을 발견하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다. 




시와 에세이를 가르치는 강사다 보니 제목에 대한 질문을 아주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쓴 글의 내용에서 찾아보세요. 제목은 본문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지요.”라고 대답을 한다.      

이 책의 <2. ‘제목발’ 무시하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제목으로 책의 운명을 움직여 보았는가> 편의 “내가 제목을 짓는 세 가지 방법”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책에 소개된 제목을 짓는 세 가지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좋은 제목은 본문에 ‘숨어’ 있으니 제목을 억지로 ‘지어’ 낼 것이 아니라 원고를 천천히 다시 읽는다. 오직 책을 음미하는 데 집중해 “단어와 어구 단위로 문장을 쪼개 가급적 천천히, 깊게 읽는다.” ‘파장을 일으키는 단어를 찾아 탐색해 가며 천천히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은 백지에 옮겨 적는다. 백지 여기저기에 원고의 좋은 단어와 구절을 마구 흩어 놓아 매직 아이처럼 튀어나오게 한다.’     



‘제목 찾기’ 혹은 ‘제목 뽑기’라고 할 수 있는 본문 브레인스토밍으로 제목을 찾는 방법 이외에 ‘작가와의 대화’에서 제목을 찾기도 한다.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며』도 김훈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얻게 된 제목이었다. “본문에서도 작가와의 대화나 작가와의 삶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막막할 때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책이 히라노 게이치로의 독서 에세이 『책을 읽는 방법』이다. ‘슬로 리딩’ 독서법에 관련된 내용인 이 책의 제목을 ‘슬로 리딩’이라는 익숙지 않은 단어를 제목으로 내세우기가 버거웠는데, 대중은 ‘책을 읽는 방법’ 그 자체를 ‘네이버 지식인’에 묻고 있었다.      

제목을 짓는 세 가지 방법은 본문 브레인스토밍, 작가와의 대화나 삶, 독자의 입장에서 찾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목이란 편집자의 번뜩이는 영감을 갖고
 일필휘지로 짓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삽질‘ 끝에 찾아내고 발견해 내는 것이라는
 문장을 읽으며 글 쓰는 삶뿐만 아니라
모든 행위들이 무수한 삽질 끝에
겨우 찾아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슬아 작가의 < 부지런한 사랑 라이브> 토크를 보면서
아, 나도 이연실 편집자님 한테 저자 교정받는 영광을 누리면 좋겠다는 
가당치도 않은 욕심을 새해 정초부터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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