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식 시인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박순철 화가의 <상념>의 등이 떠올랐다.
"뒷모습은 너무 정직해 슬프다"라고 했던가.
"벼랑의 막막함으로 뒷짐을 지게"하는 "허무를 한 짐씩 짊어진 등짝들"
"무방비의 공간, 장식도 허세도 없"기에 정직할 수밖에 없어 더욱 슬픈.
"사람의 전집(全集)"이 등 뒤에 있는지,
등 뒤에 사람의 전집(全集)이 숨겨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어느 시인은 말했었지.
시는 물 위에 짓는 건축물과 같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가 잘 써지지 않을 때
마음을 다 해 쓴다고는 하지만
제자리에 머물고만 있는 것 같을 때
노력한 보람도 없이 흩어져 버려
한없이 작아진다고 느낄 때
이영식 시인의 <뒷모습>처럼 "벼랑의 막막함으로" 오늘도 뒷짐을 지게 한다.
하지만 '뒷모습의 정직함'으로 다시 한번
찬찬히 나를 들여다볼 일이다.
뒷모습과 관련된 책이 있어 소개해 본다.
미셀 투르니에의 『뒷모습』이다.
미셀 투르니에의 『뒷모습』, 「뒤쪽이 진실이다」에서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라고 천명한다.
에드아르 부바의 흑색 사진 53컷과 함께 '뒷모습의 단상'을 적어 내려갔다. 뒷모습의 정직한 쓸쓸함을 한껏 표현하고 있다. 뒷모습은 너무 정직하기에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 모습을 꾸며 표정을
짓고 양손을 움직여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뒷모습』,「뒤쪽이 진실이다」중에서
…… 뒷모습은 정직하다. 눈과 입이 달려 있는 얼굴처럼 표정을 억지로 만들어 보이지 않는다. 마음과 의지에 따라 꾸미거나 속이거나 감추지 않는다. 뒷모습은 나타내 보이려는 의도의 세계가 아니라 그저 그렇게 존재하는 세계다.
-『뒷모습』, 역자의 말 중에서
뒷모습은 꾸미거나 속일 수 없기에
더더욱 감출 수 없기에
지나치게 정직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우리를 슬픔에 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