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에 언급되어 있듯이 이 시를 쓴 이정현 님은 스무 살을 네 번이나 넘긴, 갓 노년에 접어든 시인이다. 화자는 각설탕을 녹이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하얀 기억의 한 조각을 길어 올린다. 가을비 내리던 저녁 어스름에 '나'를 위해 "장작불 피워 방 데워 놓고" 기다려 주던 다정한 사람 하나를 말이다.
그 기억 불러내기 위해 하얀 기억 붙잡으려고 각설탕을 다시 또 녹인다'라고 하지 않고
"다시 또 녹인다 / 각설탕/ 그 하얀 기억 붙잡으려고"처럼 도치법을 사용해 화자의 행위를 강조한다. '다시', '또'라는 부사를 연이어 씀으로써 "하얀 기억'을 붙잡기 위한 화자의 당위성을 독자들이 읽어내게 한다.
「각설탕이 녹는 시간」을 읽으며
"추억은 사랑했던 시절의 따스한 기억과 뜨거운 그리움을
신비한 사랑의 힘으로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게 한다."라고 말한
그라시안의 말이 떠올랐다.
시인에게 "장작불 피워 방 데워 놓고" 기다리던 과거의 내 사랑은 조용히 추억 속에 밀어놓고 '신비한 사랑의 힘'이 작동되기를 소망해 본다. 보일러 펑펑 틀어놓고 찜질방처럼 만들어 시인을 초대하는 남정네가 나타나 늙막에 호사를 누리는 이정현 시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