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의 마음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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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7. 2022
출처: https://blog.naver.com/qql122/221664600810공터의 마음
함민복
내 살고 있는 곳에 공터가 있어
비가 오고, 토마토가 왔다 가고
서리가 오고, 고등어가 왔다 가고
눈이 오고, 번개탄이 왔다 가고
꽃소식이 오고, 물미역이 왔다 가고
당신이 살고 있는 내 마음에도 공터가 있어
당신 눈동자가 되어 바라보던 서해바다가 출렁이고
당신에게 이름 일러주던 명아주, 개여뀌, 가막사리, 들풀이 푸르고
수목원, 도봉산이 간간이 마음에 단풍 들어
아직은 만선된 당신 그리움에 그래도 살 만하니
세월아 지금 이 공터의 마음 헐지 말아다오
-함민복의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중에서
비어 있는 땅, ‘공터’의 품은 넓다.
비도 안아 주고 토마토 열매도 영글게 하고
서리도 깃들게 하고 생선 트럭도 머물게 한다.
사뿐히 눈도 내려앉게 하고
오갈 데 없는 번개탄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당신이 살고 있는 내 마음에도 공터가 있어”
당신이 떠나버린 텅 빈 마음 한 자락에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채운다.
서해바다가 출렁이고
들풀의 이름을 알려주던 추억이 자라나고
화인(火印)처럼 가슴에는 붉은 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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