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란 어떤 인간인가? 마음속에는 깊은 고뇌를 지니고 있으면서, 입술이 그렇게 생겨서인지, 탄식과 비명이 입술을 빠져나올 때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리는 불행한 사람이다. 그의 운명은 독재 군주인 팔라리스가 청동으로 만든 황소 속에 가둬 이글거리는 불로 천천히 고문을 자행한 저 불행한 희생자들의 운명과도 같다. 그들의 비명은 저 독재 군주의 귀에는 마음에 공포를 자아내게 하는 충격적인 소리로는 들리지 않고, 달콤한 음악으로 들렸던 것이다.
- 쇠렌 키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 1』
『이것이냐 저것이냐 1』의 1부 1장 <디아프살마타DIAPSALMATA>에 실린 글이다. 참고로 ‘디아프살마타’는 그리스어로 ‘후렴’을 뜻한다고 한다.
윤동주는 <쉽게 쓰여진 시>에서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라고 노래한다. "마음속에는 깊은 고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입술을 빠져나올 때는 탄식과 비명 대신 "아름다운 음악"으로, "달콤한 음악"으로 전달된다.
온 힘을 다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지만 굴러내려오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
시인은 그 시지프스처럼 끝없이 지루하고 고통스럽게 언어를 조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달되도록 비애나 탄식을 견뎌내야만 한다.
시인이란 견딤의 미학을 스스로 행하는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