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련스런 짐승이 있어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701915



어느 미련스런 짐승이 있어


이영식



동강 벼랑에 궁울 세우라!

여왕은 궁리 또 궁리 거듭한 끝에

어명을 내렸을 것이다


난공불락의 요새,

꿀을 사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뻥대* 허리춤에 석삼년 공사를 벌였을 테지

아아, 저 아득한 높이의 석밀(石蜜)

그 내밀한 사랑이여


어느 미련한 짐승이 있어

하나뿐인 목숨 허공에 매어 달고

천 길 낭떠러지에서 꿀을 따려 할 것인가


다시 봄이 왔다

만화방초, 꽃과 벌의 거리가 멀다

바위 너머 또 바위

꿀벌의 날갯짓은 천축의 길보다 힘겹지만

너나없이 벼랑부처가 되고

밀낙원(蜜樂園)은 내내 평화로웠을 거야


그러나

어느 시대에나 미련한 짐승은 있어

머리 검은 작자가 꿀 사냥을 주문했다는데

나무뿌리며 넝쿨손 감아 잡고

벼랑 마루 기어올라 탈취한 석청(石淸) 한 단지

제 그림자 밖은 보지 못하면서

입맛 다시며 뚜껑을 여는 나의 푼수는

어느 벼랑에 달릴 죄업인가


한 허리 털린 층암절벽

동강으로 투신할 듯 기우뚱거리다가

겨우 곧추세워 바위로 돌아갔다



● 높은 바위로 이루어진 낭떠러지를 이르는 정선 지방 사투리.



- 이영식 시집, 『휴』 중에서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창작교실> 방입니다.

시 쓰기와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면 <토닥토닥 시창작교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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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에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 창작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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