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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pr 18. 2022

조삼모사, 조금 모르면 3번 아예 모르면 4번 아니에요

중3 민지는 교육특구라고 알려진 곳에서 일요일 아침이면 온다. 피곤에 지칠 법도 한데 늘 희망차게 들어온다. 해맑게 웃으며 들어오는 민지에게


아이구 우리 민지 왜 이리 기분이 좋누. 오늘은 또 무슨 좋은 일이 있는가?


이렇게 물어보면 늘 배시시 웃으며 대답한다. 


전 귀여운 베이비니까요.


집으로 돌아갈 때도


쌤, 쌤, 쌤! 저 오늘 무지 애썼지요. 애썼다고 말해줘야지요.  


이렇게 다짐을 받고는 가곤 했다. 


시험을 코 앞에 두고는, 특히 스팩트럼을 넓게 가르치고 있는 내 경우에는 여유가 없다. 지난주에 민지 수업이 끝나며 안녕 인사를 못했나 보다. 


나가려다 말고 민지가 돌아서서는 , " 쌤, 오늘은 왜 민지야 정말 애 많이 썼어. 이런 말 왜 안 해줘요?"


지난주에도 이렇게 말하며 통통 뛰어내려 갔었다. 


시험기간이라 정신이 없어서 그만 깜박했나 보다. 시험이 딱 일주일밖에 안 남아서 민지도 나도 그냥 마음이 바쁘다. 오자마자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평소 때 같으면 말하기 좋아하는 민지의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들어주고 시작을 했을 텐데 곧장 문제지를 나눠줬다. 시험 일주일 전에는 교과서랑 프린트만 암기시키고 기출문제를 10개 학교 정도 풀게 하고 있다. 첫 학교 기출문제를 풀고 있던 민지가 찡그렸다. 평소의 민지답지 않게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들어오면서부터 툴툴거리며 불평을 쏟아냈기에 얼른 민지 쪽을 봤다. 


제가요, 강박이 있어서요. 무언가를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데 요즘은 모든 학원 숙제를 대충대충 하고 있어요. 학원을 다섯 개나 다니고 있잖아요. 학원마다 숙제를 너무 많이 내줘서 늘 다 못 해가요. 그래서 기분이 영 나빠요. 


문제를 풀고 있던 민지가 짜증을 냈다. 


개 화나네!


왜? 무슨 일인데?


트릭을 써서 절 틀리게 하잖아요. 
아니, 조삼모사! 조금 모르면 3번 아예 모르면 4번 아니에요?
 이게 2번에 떠억하니 나와 있으면 저보고 어쩌란 말이냐고요. 


'조삼모사'?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볼래.


조금 모르면 3번 아예 모르면 4번이 '조삼모사'잖아요.


선생님이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민지가 알아듣도록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조삼모사는 장자》 제물론 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간사한 꾀로 상대방을 현혹시키거나 본질은 똑같은 술수에 넘어가는 어리석음을 비유할 때 쓰는 거라고 알려줬다. 송나라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길렀는데 원숭이 숫자가 너무 많아 먹이가 부족해 고민을 했다. 저공은 고민 끝에 원숭이들에게 토토리를 아침엔 3개, 저녁에 4개 준다고 했는데 원숭이들의 반발이 컸다. 화내는 원숭이를 설득하기 위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납득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출처: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080225/8547974/1



듣고 있던 민지의 반응이 의외였다.  


킹 받네. 저공, 그 아저씨는
순진한 원숭이들을 어떻게 속일 수가 있지요.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들어 저기압인 민지에게 따로 할 말이 없었다. 민지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민지가 많이 힘들구나. 시험 끝나고 민지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해 봐. 민지, 너 자신에게 보상을 주렴." 


민지가 풀 죽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엄마 보고 학원 줄여달라고 할 수도 없어요. 다른 애들은 통과(통합과학)랑 통사(통합사회)도 다니거든요. 


계단을 내려가는 민지의 뒷모습이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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