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독 이영식

by 진순희




풀독


이영식



고향 집 뒤뜰 잡초를 뽑았을 뿐인데

팔뚝에 붉은 반점이 돋았다

개여뀌, 환삼덩굴이 별사(別辭)를 새겨 놓은 것일까

꾹, 꾹,

철필로 눌러쓴 절명의 문자들

며칠째 불침번 서며 내 잠을 쓸어 낸다


가만히 돌이켜 보니, 나는

저 풀포기를 잡고 일어난 적 있었다

무허가 판잣집

쑥대밭이 되고

개밥바라기도 쭈그러져 내동댕이쳐진 밤

독이 올라, 시퍼렇게 독이 올라

악다물고 있을 때

내 손 잡아 세워 주던 질경이 뿌리들


팔둑 위에 갈필로 긁고 일어선

저 날 선 복병(伏兵)들에게

오늘 밤 나는 전복(顚覆)될 것이다

선잠 들더라도 육십 년대 시궁쥐처럼

해방촌 산등성이 비린내 곁을 기웃거리겠지


끝내, 잡초를 벗지 못할 것이다



—이영식 시집 『휴』(천년의시작, 2012)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창작교실> 방입니다.

시 쓰기와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면 <토닥토닥 시창작교실>을

두드리셔요. 참여 코드는 poem입니다 ~^^


https://open.kakao.com/o/g4cupPTd







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에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 창작 교실"

개설됐습니다~^^

https://bit.ly/3Fwy5Q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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