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草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pixabay


모자


이영식


네 살배기 조카에게 모자를 사 주었다

시장 좌판에서 챙 넓은 모자를 골라 주었더니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모자와 나, 번갈아 눈치를 살피다가

모자를 땅바닥에 뒤집어 놓고는

둥근 허방 속에 맨발을 덥석 집어넣는다

모자에게 초대 받아 본 적 없는 발,

신발을 신는 듯 모자 속에 두 발을 모으고는

여치처럼 폴짝폴짝 뛰어도 보는 것이다

금은보화로 받들어 높이던 왕관

별을 달고 싶어 안달이 났던 모자, 모자들

그래, 머리에만 모시는 게 아니로구나

모자는 먼 여행을 하고 있는 것

아이의 저 낮은 눈에는 뜀틀이 되고

둥둥 떠가는 거룻배도 되는 것이었구나

요리조리 모자를 굴리며 놀고 있는 아이

어깨 위에 새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내려앉는다

화분 속에 발을 심어 놓은 아이는

어느새 꽃이 되어 나를 보고 활짝 웃는다



—이영식 시집 『휴』(천년의시작, 2012)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창작교실> 방입니다.

시 쓰기와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면 <토닥토닥 시창작교실>을

두드리셔요. 참여 코드는 poem입니다 ~^^


https://open.kakao.com/o/g4cupPTd







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에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 창작 교실"

개설됐습니다~^^

https://bit.ly/3Fwy5QV




#모자 #맨발 #나비한마리 #꽃 #중앙대 #미래교육원 #이영식시인 #토닥토닥시창작교실 #꽃의정치#휴

#희망온도 #공갈빵이먹고싶다 #초안산시발전소소장 #문학사상 #애지문학상 #한국시문학상 #국무총리표창수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낮달 크로키      이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