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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28. 2022

『굉장한 것들의 세계』, 에서 만난 글쓰기 철학

출처: 예스 24




“가끔은 말이에요.” 나는 내 편집자에게 물었다. “내가 좀 더 행복한 기사를 써도 된다로 생각하지 않나요?”


“예를 들면?” “아기 코끼리 같은 거요.”


“당장 내 사무실에서 나가시지.”     


이런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다음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계속 얘기를 했다. 어떻게 됐을까.

예상한 대로 “기존의 업무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역 동물원 기사를 써도 좋다”라는 동의를 얻게 된다.      

이 이야기는 『굉장한 것들의 세계』의 저자 매슈 D.러플랜트의 이야기다.





기자이자 언론학 교수인 저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때 몇 년간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신문사에서 국가 안보 분야를 담당했던 사람이다. 특히 이라크 전쟁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세 차례나 해외 출장을 다녀와야 했다. 일을 하면서 죽음과 절망, 황량함을 목격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사기와 학대, 절망, 무능력에 관한 뉴스들 속에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기에 늘 슬프고 화가 났다는 저자. 이런 상태로는 안 되겠다 싶어 뭔가 해야만 했던 일이 바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였다.


      

‘가장 크고, 가장 빠르고, 가장 치명적인 생물의 진화’라는 부제에 꼭 맞게 서문을 열고 있다. 

편집자의 허락이 있은 후에 그동안 관심을 가졌던 새끼 코끼리 ‘주리’와 얼굴을 맞닥뜨린 순간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얘, 꼬마야.”


“이 세상에 온 걸 환영해”     


딸이 아기였을 때 불러줬던 것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로 아기 코끼리에게 말했다. 

잠시 후 아기 코끼리는 진흙 속에서 미끄러지며 재주넘기를 함은 물론 건초 더미에서 뒹굴며 놀고 있었다. 저자는 이 모습에 반하고 만다. 코끼리에 매혹은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줄곧 코끼리에게 매료되어 있었다고 고백한다. 


     

코끼리는 처음부터 저자의 관심을 끌었던 동물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코끼리는 인간과 다양한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단다. 사회성 동물로서 공동체를 구성해 살아가며, 유독 커다란 두뇌를 가지고 있고 게다가 유전체 또한 많은 부분 겹치고 있다. 이를테면 코끼리의 유전자 중 4분의 3 정도는 인간과 유사하다.


           

인간과 상당 부분 겹치고 있는 것에 반해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 생명체의 성장은 세포가 분열할 때 발생한다. 암 발생의 원인은 세포분열 때문이다. 인간보다 100배보다 더 큰 코끼리의 암 발생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믿기는가. 그게 다 돌연변이 세포가 자살하도록 유도하는 유전체인 암 억제 유전자 때문이란다.      



'굉장한 것들의 세계'에 관심을 갖는 저자와 같은 경험은 아주 예외적인 행운에 속한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훌륭한 탐구를 시작하다가 시들해 버리곤 한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세계와 관련된 단순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미 과학자들이 다 찾아놓은 것 같아서.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단의 생명체에게 끌린다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과학계에서도 조명받지 못하고 대중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다양한 생물과 생물 진화의 역사에 대해 흥미롭게, 그것도 애정을 듬뿍 담아 우리에게 전한다.  몸집이 인간 아기 크기와 비슷한 골리앗 개구리, 콘라우아 골리아트 Conraua goliath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의 지위를 얻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서 안타까워한다. 이 개구리는 식용으로 농업과 벌목으로 개천의 퇴적작용으로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라고 안내한다.     


  

출처: https://bit.ly/3TgR3Ct-'베베'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주 큰 아이만 하다. 

           

저자는 “다양한 생물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관련 생태계 연구는 물론 생물 보존과 인류의 생존에도 큰 이득으로 돌아온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다른 생물들에 대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하게 다가왔던 부분은 저자의 글쓰기 철학이었다. 

유타 주립대학에서 뉴스 보도, 특집기사 작성이나 위기 저널리즘 등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 매슈 D.러플랜트 역시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가독성 있는 글쓰기를 주장했다.      



“무엇이든 중요한 사항에 독자가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려면
 흥미진진하게 글을 써야 한다”     




극단의 생물체는 언제나 흥미롭기에 이것을 활용해 글을 쓰면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생태학이나 과학사와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단다.  


    

‘흥미진진한 글’을 쓰라는 대목에서 갑자기 ‘재미있게 쓴 문장’이 떠올랐다.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교과서』의 작가 요시다 히로시는 책쓰기 비결로 ‘재미’를 꼽았다. 그는 일본의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말하는 문장 쓰는 법인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유쾌하게”를 자기 나름대로 각색했다. 



요시다 히로시는 책쓰기 제1 비결로
‘명문(名文)’이 아니라 ‘명문(明文)’ 쓰기라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뛰어난 문장이 아닌
분명한 문장을 쓰라고 강조한다.      



1. 어려운 것을 쉽게 쓴 문장
2. 쉬운 것을 재미있게 쓴 문장
3. 재미있는 것을 깊이 있게 쓴 문장     

-  요시다 히로시,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교과서』 중에서           



『굉장한 것들의 세계』가 400페이지 이상 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 있게 읽히는 이유는 저자의 표현대로 중요한 부분을 ‘흥미롭게’ 썼기 때문이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8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10번에 접어놓고 나눠서 읽으면 좋다. 자연과학에 속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 있으면서도 깊이가 느껴졌다. 이런 책을 만나기도 사실 쉽지 않은 경험이긴 하다.  

재미와 깊이를 얻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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