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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Sep 06. 2022

「어떤 은수를」, 당신은 어떤 은수를 만들어 낼 것인가



키우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자라는 돌의 정령 은수를 둘러싼 욕망의 레이스!

당신의 욕망은 어떤 은수를 만들어 낼 것인가?



책의 광고 문구처럼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는 『어떤 은수를』은 책 표지부터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온다. 홀로그램으로 표지를 장식해 햇빛에 반사되면 다채로운 색으로 표지가 빛을 낸다. 은수의 한쪽 눈 부분에 있는 거미까지 홀로그램으로 장식됐다. 파란색의, 황금색의 초록색의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다 보면 은수를 찾기 위해 숲 속까지 직접 갔던 지아카의 모습이 저절로 연상이 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판타지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의 신작 판타지 소설 『어떤 은수를』에는 표제작인 「어떤 은수를」 외에 「히나와 히나」, 「마녀의 딸」 등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히로시마 레이코는 아이들 대상의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으로 이미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작가이다. 이번 신작 『어떤 은수를』은 청소년 자녀와 함께 읽어갈 수 있도록 연령대가 높아진 점이 특징이다.       



『어떤 은수를』은 인간의 욕망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 다가가 깊이 있게 다룬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시발점은 돌산에서 광석을 캐내어 부자가 됐다는 재력가 이시와타리 세이잔의 기괴한 미션으로부터 시작된다.  세이잔은 5명의 후보들을 지정해 각각의 은수를 가져오게 하는 과업을 수행하게 한다. 물론 대단한 보상이 있다. 세이잔은 가장 빼어난 은수를 데려오는 사람에게는 전재산을 물려주겠다는 공약을 건다.  

  


은빛 짐승 '은수'銀獸는 알에서 태어나는 반인반수의 독특한 존재이다. ‘은수’는 키우는 사람의 욕망을 먹고 자라는 특성이 있다. 신비한 생명체를 키우는 다섯 명의 후보들과 관련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세이잔의 재산을 아무도 차지 못하게 되는 것은 ‘데루코’라는 한 여인의 말에서 비롯됐다.

그랬다. 모든 것은 말에서부터였다.    

 


데루코의 신분은 꽤 괜찮은 편에 속했다. 부친은 저명한 학자에 모친은 세이잔의 첫 아내의 이복동생이었다. 이들의 딸인 데루코는 다재다능한 데다가 미모까지 뛰어났다. 게다가 남작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까지 잃는 박복함까지 갖췄다. 사교계의 꽃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지닌 데루코.

    


사실 데루코는 순진무구한 가면을 쓴 악인의 전형이다. 열여덟 살에 스무 살 연상의 남작과 결혼한 것도 그가 은수를 설명할 수 있는 귀한 서적을 여러 권 갖고 있었기에 강행한 것이었다. 장서를 손에 넣었기에 이제 가치가 없어진 남편. 그녀는 남편에게 헌신하는 척하며 독을 조금씩 먹여 일 년 뒤 완벽한 미망인이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개가를 권하는 부모님을 데루코는 스물두 살 되던 해에 저 세상으로 보내버린다. 외부에는 부모님이 불을 허술하게 다뤄서 벌어진 일로 알려질 만큼 교묘하게 처리를 한다.   

   

스물여덟 살의 데루코는 세이잔의 전재산을 갖고 싶다는 자신의 갈망을 실현하기 위해 칼을 뺀다. 네 후보자들의 아킬레스건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데루코. 그녀의 행보가 시작된다.     



첫 번째 경쟁자인 구라바야시 후유쓰구는 세이잔의 첫 번째 아내의 어머니 쪽 친척이다.

가장 먼저 은수 알을 손에 넣기 위해 은숲으로 달려가 금빛 알을 선택한다. 은수를 부화시키는 데는 온갖 정성이 필요하다. 은수의 이상적인 모습을 생각하며 부드러운 천으로 매일 닦아주고 피 한 방울을 날마다 은수 알에 떨어뜨리면 한 달 안에 은수가 탄생한다. 드디어 한 달 만에 인어처럼 아름다운 은수를 만난 후유쓰구는 금빛 꽃이라는 뜻의 ‘긴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키운다.     



데루코는 허영심 많고 과시하기 좋아하는 후유쓰구에게 딱 한 마디 독이 될 말을 그를 무너뜨린다.      



“여기에 달과 닮은 은수가 있다면 쌍을 이뤄서 참으로 보기 좋겠어요.”     

한 사람이 두 마리 은수를 가지지 못하는 것조차 모르후유쓰구는 데루코가 던진 미끼를 덜컥 물어 파멸에 빠지게 된다. 후유쓰구의 은수들이 서로 물어뜯으며 전쟁을 벌이다 둘 다 죽게 만든다.   

   


두 번째 후미코는 너무 쉬웠다. 부모의 말만 따르는 후코를 쳐내기 위해 그녀의 부모를 부채질했다. 연회에서 만난 후미코의 부모에게 우연인척 말을 건넨다.    

  

“따님의 은수가 부화하면 우리나 새장에 넣어 두세요. 도망칠지도 모르잖아요?”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후미코의 감정 저 밑바닥에는 사실 자유를 원했기에 자신의 은수가 우리에 갇히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은수가 날아가 버릴 까 두려운 나머지  은수의 날갯죽지를 자른 후미코는 결국 미쳐버린다.

      


세 번째 경쟁자인 데루히사는 완전 강적이었다. 일과 가정에 충실함은 물론 자긍심 높은 이 남자는 세이잔의 재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데루코는 자신을 담은 괴물 은수 ‘반카’를 키워 데루히사를 파멸에 이를 계획을  세다. 데루히사의 아내 유미코는 심약했다. 그녀를 공격하기 위해선 공포심이 필요했다. 데루히사가 잠시 집을 비운 유미코의 방으로 반카를 들여보냈다. 찢어질 듯한 비명에 이은 유미코의 죽음이 있었다. 심장발작으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데루히사는 유미코를 닮은 평범한 은수를 키우게 되고, 이는 세이잔의 안목을 결코 만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남아 있는 마지막 적, 스무 살의 오후루카와 지아키. 백작 가문의 아들이지만 아랫사람을 수더분하게 대할 정도의 인성 좋은 청년이다. 탐구심이 깊어 흥미 있는 것에는 전력투구를 하지만 무엇 하나 오래 하지 못하는, 말하자면 진득함이 부족하다.      

 


어디 하나 꽂히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지아키가 제 발로 데루코의 저택을 찾아온다. 예의 궁금증을 못 이겨 데루코가 지니고 있던 『은수 전서』를 빌리기 위해. 데루코는 지식에 굶주린 청년에게 책을 넘김은 물론 수수께끼 하나를 던진다.      


“은수는 어디에서 태어날까요?”
“네? 그야 알이죠?”
“아니요. 제 말은, 그 알이 어디서 오는지에요. 은수끼리 교배할 리도 없는데 알이 도대체 어떻게 이 세계에 오는 걸까요? 조금 궁금해서요”

-『어떤 은수를』, 125쪽  중에서  



탐구심 강한 지아키가 데루코의 계략에 말려둔 순간 지아키에게서 훔친 손수건을 반카에게 줘 냄새를 기억하게 한다. 지아키가 알을 손에 넣은 순간 빼앗아오도록. 자기 할 일을 충실히 다한 반카는 데루코가 부모를 처리했던 방식대로 화염에 싸인 별장에서 최후를 마친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행위는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인간의 7대 죄악을 연상케 한다.

과시하려다 자만심 때문에 일을 망쳐버리는 후유쓰구,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없는 16세 소녀 후미코, 청순해 보이지만 교활한 미망인 데루코, 데루코의 욕심으로 아내를 잃은 데루히사, 호기심은 많지만 꾸준함이 부족한 지아카.   

   


이 소설의 묘미는 생각지도 않던 반전에 있었다.  

데루코의 언어장애와 하반신마비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자승자박이라고나 할까.     

   


“인간의 욕망을 파헤치는 섬뜩하지만 매력적인 판타지”라는 광고 문구답게 시종일관 책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든다.



만약 은수알을 부화시킨다면 어떤 은수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은수는 주인의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사랑이 곧 먹이입니다.
그러니 아주 조금이라도 주인의 마음을 빼앗아 갈 대상이 나타나면……
하물며 그게 같은 은수라면 …… 절대 가만두지 않아요.
목숨을 걸고 방해꾼을 없애려 하지요."






-독서모임성장판 활동으로 위즈덤하우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썼습니다.

본 글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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