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다는 것은 배운다는 것
-<<옥스퍼드, 천년의 가르침>>을 읽고
'천 년'이라는 단어는 보통 사랑 고백을 할 때나 좋은 것을 향유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 일례로 천년만년 같이 살자든가 천년만년 누리고 싶은 소망을 표현할 때 즐겨 쓴다.
아주 오랜 세월을 상징하는 개념인 '천 년'. 그것도 가르침이라는 것에 목표를 두고 천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다. 일단 <<옥스퍼드의 천년의 가르침>>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손에 들었다.
천 년 동안 내려오는 아주 특별한 비법이 있을 줄 알고 내심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약간의 실망스러움이 밀려왔다. 책에 소개된 내용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하고, 예전부터 해왔던 방법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특별한 비법이랄 게 뭐가 있겠는가. 기본에 충실한 게 특별함이지. 요즘처럼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세상에서는 기본만 해도 대단한 일이니까.
이 책은 옥스퍼드에서 공부를 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쓴 것으로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념, 학습, 용기, 대화, 결단, 애정, 운명이라는 우리 삶에 요구되는 덕목을 100가지로 정리를 했다. 옥스퍼드의 교육철학의 관점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적고 있어 자기 계발적인 성격이 짙다.
<<옥스퍼드, 천년의 가르침>>에서는 옥스퍼드 대학(OXON) 교육의 핵심을 '차분히 생각하고 서둘러 움직인다'라고 이야기한다. 평범한 우리들이 서둘러 생각하고 차분히 움직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없기에 '차분히 생각'함과 동시에 '서둘러 움직'이라는 것이다. 주변에도 생각만 하고 행동은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숙고한 이후에는 바로 실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OXON에서 '학문의 길은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일'이라고 가르친다. 이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집중하지 않고 폭넓게 관련 분야의 지식까지 겸비한 'T자형 사고'가 가능한 삶이 되는 것을 말한다. 'T자형'의 세로선 ㅣ은자신의 '전문성'을, 가로선 '-'는 '관련 지식'을 의미한다.
- <<옥스퍼드, 천년의 가르침>> 73쪽
사회가 복잡 다변화될수록 이제는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넘어서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임을 이미 옥스퍼드에서는 간파하고 있었다.
이것은 이다사카 히로시가 쓴 <<슈퍼 제너럴리스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다사카 히로시는 40여 년 전 로마클럽이 발표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에 주목한다. 성장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개발'이나 '제도개혁', 이러한 것들이 모두 소용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이다사카 히로시는 문제 해결, 시스템 변혁이 실현될 수 없는 뿌리 깊은 원인을 "분리의 병"이라고 진단한다.
지(知)와 지의 분리를 하는 전문주의병, 지와 행의 분리를 주장하는 분업 주의 병, 지와 정의를 가르는 객관주의 병이라고 판단하며 그 해결책으로 21C 지(知)의 모습을 체현하는 슈퍼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옥스퍼드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통합 지성, 즉 슈퍼 제너럴리스트가 되자고 말한다.
"OXON에서는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반복해, 이상적인 상태에 가까워지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가르친다. 특히 교육학에서는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본래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또 희망사항이 현실이 되는 상황을 가급적 선명하고 구체적인 이미지로 떠올리는 '가시화(Visualization)'와 동시 진행함으로써 스스로를 격려하는 효과 역시 커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옥스퍼드, 천년의 가르침>>99쪽
예전부터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3P 원칙'은 널리 알려져 왔다. 말하자면 성공한 모습을 '그리고(Picture)', '간절하게 소망하고(Pray)', '실천(Practice)'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가시화를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당연히 자신을 담금질하게 된다. 성공을 향해 실천하게 된다. "스스로 긍정을 통한 이상적인 삶을 찾고",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자신감은 '일신우일신', 날이 갈수록 새롭게 발전하는 힘이 될 것이다. 옥스퍼드에서도 그것을 주시한다.
OXON에서는 "행복해지기 위한 비결을 내가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사람은 학문과 인간관계 등에서 항상 자신이 바라는 상활에만 처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오로지 노력만 하는 게 아니라, 노력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옥스퍼드, 천년의 가르침>> 199쪽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겨하며 잘하기는 쉽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한 비결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데서 출발한다. 선호하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지금 하고 있는, 몸담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산다는 것은 배운다는 것이다'를 부제로 담고 있는
<<옥스퍼드, 천년의 가르침>>.
그런데 삶의 기술로서의 가르침을 말하고 있어서 왠지 기시감이 들었다. 그 옛날 '사람 셋이 있으면 거기에는 꼭 선생이 있다'라고 말했던 공자의 말은 너무도 유명하다. 또 인도 바라나시 지방의 숙소 주인들이 여행자에게 하는 질문도 "오늘은 뭘 배웠습니까"라고 한다. 삶의 기술로서의 배움은 이렇듯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삶의 가치란 배우는 데 있다. 미루어보건대 인간의 삶은 배운 것을 토대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과정이다. 옥스퍼드만의 가르침이 아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가르침이다. 아니 오래전부터 실행하고 실천하려 했던 '오래된 미래'이다.
주제별로 더 심화하고 확장해서 집필을 했다면 좀 더 옥스퍼드의 교육철학을 심도 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물론 각 주제마다 짧은 에피소드나 명언 등이 실려 있고 저자의 경험이 담긴 일화들이 있어 '옥스퍼드의 정신'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무겁지 않게 전개하고 있어 가독성이 좋은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명문대 합격 글쓰기>>의 저자 진순희 인사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