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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l 14. 2023

네 몫을 빼앗기지 마! 마음이 내켜서 먼저 주기 전엔

오늘 초3 쌍둥이 형제 수업을 했다.

꼬마둥이 친구들은 시간도 짧게 잡고, 되도록이면 수업 시간 내에 다 하도록 하게 한다. 책 읽는 것 외엔 숙제도 아주 쬐끔만 내준다. 이 쌍둥이 형제들은 매주 읽어오는 독서 과제도 없다. 처음 상담할 때부터 쌍둥이 형제들의 어머님 당부도 있었다.



너무 힘들게 많이 나가지 말아 주세요.
가능하면 재미있게 학원 다닐 수 있도록이요.  
 부담스럽지 않게 해주세요.


아주 조금만 진도 나가달라고, 힘에 부치지 않게 진행해 달라는 요구에 조금 뜨악했지만,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 역시 초등3학년은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고 잘 먹고 잘 자야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에 OK 했다.


수업에서 만난 현, 현는 생각보다 심하게 발랄했다. 우선, 가만히 앉아있지를 않았다. 아니 못했다. 글을 쓰다가도 왔다 갔다 함은 물론 책상 밑에 들어가서 워크북을 펴놓고 썼다. 통통 대답도 잘했다. 질문에 대답하는 정도가 '잘'이 아니라 교실 천정이 무너질 정도로 큰소리로 말했다. 목에 핏줄이 탱탱하게 드러날 정도로 대답했다.


에너지 레벨이 아주 높은 친구들이다. 한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꼬마둥이들은 15분이 지나면 지루해한다. 수업의 형태를 바꿔감은 물론 항상 간식을 챙겨준다. 오늘도 초코볼을 한 봉 한 봉 따로따로 형제들 가까이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에 형인 현석이가 다급하게 불렀다.




선생님, 저 초코볼 하나 더 주면 안 돼요?
벌써 다 먹었어?
아니오 현수, 얘가 내 거까지 다 먹어버렸어요.
동생이 가져갈 동안 너는 뭘 했는데?
얘는 언제나 내 거까지 다 먹어치워요.
현석아, 네가 동생한테 먹으라고 준 게 아니지.
네.
제 몫도 챙기지 못하고 다 뺏기는 사람은 초코볼 달랠 자격이 없어. 아니, 우리 학원에선 먹을 자격이 없어. 네가 마음에서 우러나와 준 게 아니잖아. 그리고 네가 계속 이런 식으로 동생한테 빼앗기게 되면 현수는 그래도 되는 줄 알고 네 거를 언제나 가져갈 거야. 이건 현수한테도 바람직하지 않아. 그러니 오늘은 먹을 수 없어.



AI-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그림



말은 이렇게 했어도 마음이 영 불편했다. 어린 친구들한테 너무 확대해석해서 설명한 것은 아닌 가 싶어 현석이한테 초보볼 한 봉을 건넸다. 이를 보고 있던 현수가 재빠르게 말했다.

 "저도 쵸코볼 하나 더 주세요."

현석이가 나를 봤다가 현수를 봤다가 하면서 나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현수야 안 돼.
왜요?
네게 한 봉지를 더 주면 너는 쵸코볼 세 봉지를 먹는 거야. 좀 전에 네가 두 봉지를 먹었을 때도 이미 공평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한 봉지를 더 주면 너는 무려 세 봉지를 먹게 돼. 그러면 더욱 공정하지 않은 거지. 형이 먹을 때까지 참아. 이번 기회에 참는 법을 배워 봐.





내심 어린 친구들이 상처 입을까 봐 안 보는 척하고 상황을 지켜봤다. 현석이가 얼른 초코볼 한 봉을 입어 털어 넣었다. 현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현수도 빛의 속도로 체념했다.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됐다. 동생을 배려해서 빨리 먹은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빼앗길 수 없어서 한 번에 다 먹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더 이상의 갈등은 없었다.


나만 걱정을 사서 했나 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두 형제가 합창하듯이 창의 수업하자고 조른다.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헌 신발' 이미지를 주고 '헌 신발'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지를 써 보게 했다. 5분 동안 가능하면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보도록 했다.




늘 동생한테 빼앗기기만 하던 현석이의 생각이 의외였다.

1. 배로 쓸 수 있어요.

2. 멀리 던지기 시합할 수 있어요.

3. 아무나 펠때 쓸 거예요.


두 형제가 돌아가면서 발표하는데, 얌전한 현석이가 "아무나 펠 때 쓸 수 있어요."라고 했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현석아, 누군가를 때려줄 때는 '페'가 아니라 '패'야. 맞춤법을 똑바로 써야지 하면서 무심하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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