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 허공이 젖는다

나무 둥지에는 웅크린 잠이 떨고 있을 것이다

by 진순희
저녁비-1.jpg https://blog.naver.com/kok5050/220368428712



어둑어둑 허공이 젖는다

-진순희


나직한 비의 목소리

어둑어둑 허공이 젖고 있다

맨발로 허공을 걸어온 빗발이 벚나무 목덜미에서

후드득 뛰어내린다


먼 길에 지친 비의 발들,

선잠을 깬 들판의 등이 무겁고 풀잎에 베인

비의 종아리가 스쳐간다

건너편 숲도 맨몸이다

지붕이 없는 집들

나무둥지에는 웅크린 잠이 떨고 있을 것이다


누굴 기다리고 있을까

저 멀리 창가를 적시는 가녀린 등불

빗줄기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 한 점

긴 밤을 지킨다


누군가의 잠든 이마에 떨어질

서늘한 저녁 빗소리,


마른 우물이 혀를 적시는 소리에

적막의 흰 뼈가 환히 보인다


진순희 사진.PNG 진순희 시인


2012년 계간지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수료

존 스튜어트 밀 인문고전 연구소 소장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운영



<<명문대 합격 글쓰기>>의 저자 진순희 인사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책표지-명문대.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