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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y 16. 2024

친절도 카피가 되나요



요즘 가로수 길을 가는 게 일상이 됐다.

근 1년여간 잠자고 있던 아이패드에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이다.

미드저니로, 플레이그라운드로, 빙이미지크리에이터로, 달리로 그림을 열심히 그렸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프롬프트를 수십 번에 걸쳐서 넣는 수고로움이 있어 내가 한 것이라고 말할 순 있지만, 

그래도 뭔가 2%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제일 큰 안타까움은 결과를 내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때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이미지가 잘 나오기도 했지만, 아무리 해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노력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없고 미드저니가 주는 대로 받아야만 하는 결과치가 흡족하지 않았다.


결단을 내렸다. 나의 수고를 즉시에 확인하고 바로 수정할 수 있는 디지털드로잉을 배워보자고. 찾아보니 근처에, 그것도 오전에 가르치는 곳이 있었다. 호기롭게 등록을 했다.



아뿔싸, 아이패드 캡처하는 것도 다 잊어버릴 정도로 아는 기능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디지털드로잉과정이 5주나 이미 시작이 돼 따라가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산 넘어 산이라고 거기에서 쓰는 앱은 남들이 전혀 쓰지 않는 것을 하고 있었다. 강사님 본인은 그걸 계속 해왔기에 익숙하다고 했다. 내가 깔아놓은 ArtRage나, MediBang Paint, Procreate로는 쓸 수가 없었다.  




일단 아이패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게 관건이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애플 가로수'로 달려갔다.

애플의 스페셜리스트의 설명을 듣고 돌아와서 바로 아이패드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는 'Today at Apple'을 예약했다.


Today at Apple에 들어가면 내가 원하는 아이패드와 관련된 것을 무한 수강할 수가 있다. 아이구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곳에 보물단지가 있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이곳에는 아이패드를 기본적을 잘 다루기 위한 것부터 프로크리에이트를 활용해 그림 그릴 수 있는 것까지 아주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첫날 나를 환대한, 이건 분명히 '환대'라는 표현을 써야 맞다.

복제된 친절처럼 모든 스페셜리스트들의 친절의 농도가 한결같았다. 

과하지 않고, 공감하는 듯한 말투에 하마터먼 울뻔했다.





아이패드를 장만해 놓고 쓸 줄 몰라서 

그동안 파우치 속에 겨울잠 자고 있었다고 하니

금방, 내 말에 공감하면서


"얼마나 불편하셨겠냐고.

얼마나 속상하셨겠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참았던 속상함과 억울함이 한 번에 다 올라왔다.



사놓고 못 쓰는 것은 능력이 안 되는 것이니깐  
내려놓아야 된다고, 
이제는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알고
손 떼야 한다고 
그놈의 지식에 대한 욕망은
 언제나 끝이 나는 것이냐고


가족한테 이런 말만 주구장창 듣고 있다가

"얼마나 불편하셨겠냐"라고,

"얼마나 속상하셨겠냐"라는 그 한 마디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 내 편이 있다는 것에

그 따뜻한 목소리를 들으니 그만 완전 무장해제가 되어


맞아, 내가 얼마나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감추어 두었던 욕망이 순식간에 올라왔다.



내 능력이 모자란다고?

무슨 소리야! 괴테도 그랬구먼.


"우리의 소망이란 
우리들 속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라고

-<괴테 자서전>, '시와 진실' 중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우리 안에 능력이 예감되어 있기에 욕망할 수 있는 거라고,

내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은

그걸 활용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임을. 

그러니 부디 욕망하기를 멈출 수도 없는 것임을

나에게 속삭였다. 



DALL-E를 활용해 진순희 만듦


교육 들으면서 또 한 번 감탄을 했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라고 해서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가르쳤다.

전문가스럽게 그것도 찬찬히

 하나하나 

세세하게

지치지도 않고 한 시간을 꼬박 알려줬다.

60대 70대 분들이 계셨는데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했다. 

그래도 한결같이 친절했다.

친절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냥 다정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DALL-E를 활용해 진순희 만듦



3시에 수업을 듣고 나서 5시 30분에 있기에 근처 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5시 30분에 만난 크리에이티브 프로 역시 똑같이 친절했다.

규격에 맞는 공산품처럼 교육의 질이나 친절의 함량이 같았다. 

친절의 질이 균등해서 안심했다.


누구를 만나든 같은 양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환대를 받을 수 있기에

그래서 편안했다. 적어도 애플에 가서는 최고의 접대를 받을 수 있기에 

안도감이 들었다.  



해외여행 중에 자유 시간에는 맥도널드나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찾아간다.

익숙한 맛도 있지만, 맛이 질이 한국에서와 같기 때문이다. 



애플에서의 친절이 카피가 됐나보다. 

돌아가는 길에 슬라이딩 도어를 

뒷사람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붙들고 있는 내가 보였다.



DALL-E 활용해 진순희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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