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용틀임하며 승천을 서두르지만 철사 줄에 친친 묶여있다

by 진순희
분재-용.jpg https://pixabay.com/ko/images/search/%EB%B6%84%EC%9E%AC/

분재


진순희


어느 재력가의 거실에서 만난 용 한 마리

용틀임하며 승천을 서두르지만

철사 줄에 친친 묶여있다

생기를 잃고 뒤틀린 육체

언제부터 이곳에 갇혀있었을까

좁은 화분을 빠져나가려던 몸부림이

마디마디 서려있다

하늘로 뻗어가던 기개는

어느 산기슭에 두고 왔을까

비늘 같은 거친 수피는 목이 잘릴 때마다

고통을 견딘 흔적이다

통과의례를 거쳐 완성된 수형樹型

허리 굽은 내력을

사내는 자랑인 듯 꺼내놓는다

끝내 화분에 갇혀 이무기가 되어버린 노송

아직 꿈을 놓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몸뚱이를 하늘로 들어 올린다


명문대 POP.jpg

2012년 계간지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수료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 SUNI 책쓰기 아카데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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