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재미가 힘을 발휘할 때 의미는 빛을 잃어간다

by 진순희



vintage-1817402_960_720.png


사이


진순희


초저녁에도 인적이 끊기는 북유럽의 도시들

유령의 마을처럼

으스스 어둠이 내려앉는다

하지만 이 땅은 환락의 도시

깊은 밤에도 불빛은 꺼지지 않아

유령 따위는 발도 못 붙인다

귀청이 터져나가고 노래방과 흥청망청 클럽들

매일매일 불타는 월화수목금토일


TV는 막장드라마로 혼을 빼앗고

포털 사이트는 재미있는 게임 재미있는 사진

재미있는 사람까지 검색어로 낯을 세운다


강의를 나가도 재미가 우선이다

재미를 찾는 나라에 태어났으니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는 것

재미와 의미의 거리는 얼마쯤일까


재미가 힘을 발휘할 때 의미는 빛을 잃어간다


의미 있는 것도 발붙일 수 있는

의미가 재미가 되는 곳은 어디일까

재미와 의미 사이를 왔다 갔다 헤매고 있다


명문대 POP.jpg


2012년 계간지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수료

진순희국어논술학원 &SUNI 책쓰기 아카데미 운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