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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잘 살아내기 위한 미래탐구보고서

게임의 룰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게임 체인저'가 되자

by 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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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으면 사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어려운 시기도 어느 기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는 지표가 있으면 크게 불안해하지 않으리라. 느긋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팍팍하지 않게 대처할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을 미리 헤아려 짐작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 <<명견만리>>이다.

'명견만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만리 밖의 일을 훤하게 알고 있다. 관찰력이나 판단력 따위가 날카롭고 정확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쓰여있다. '만리 밖'이라는 낱말에서 이미 다가올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하라는 안내서처럼 다가온다.


책은 정치, 생애, 직업, 탐구의 4부로 나누고 각 부마다 2장씩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꼼꼼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 읽기에 편하다. 가독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지만 적합한 사례까지 담고 있어 매우 유용하다.


2부 생애 편을 읽으면서 많은 자극이 됐다. 책에서 말했듯이 곧 120 시대가 가까이 오고 있어 새로운 생애 지도가 필요함을 느낀다. 정년 후의 남은 40년은 대학을 세 번 다니고도 남을 기간임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개인의 의식이나 제도, 사회 시스템의 변화는 즉각적으로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혜롭게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복안이 있어야 한다.


영국의 사회철학자인 피터 래슬릿은 현대 사회에 새로운 인생 단계인 서드에이지(the third dge: 제3연령기)가 출현한다고 했다. 제4연령기인 의존적인 노년기로 진입하기 전 단계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 부머들이 첫 서드에이지 시대의 서막을 열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들 서드에이지들은 "새롭게 주어질 긴 시간을 '휴식'이 아닌 '인생 2막'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단다. 은퇴보다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세대보다도 강한 특징이 있다.


이제 호모 헌드레드 시대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주 소수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로 상식이 됐다. 정년 이후 30~40년의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서 살 것인가 아니면 남은 기간을 활동을 하면서 윤기 나게 보낼 것인가가 화두가 되어 버렸다.


'일할 수 있는 자요'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들을 사회는 경제활동 인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건강하고 의욕이 넘치는 인재들을 사장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이것이 미약하나마 세대 간의 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아울러 각각의 개인들은 55세 은퇴하기 전에 새로운 경제 활동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경제활동의 정점인 50대 중반부터 75세에 은퇴를 하는 이모작 인생 설계가 필요한 이유이다.


"국가경제를 연령별 능력에 따른 세대 간 분업 시스템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서울대 김태유 교수의 제안도 귀담아들을만하다. 피터 드러커는 "현대 사회는 지식의 세기가 될 것이며, 사람들은 꾾임없이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선견처럼 이미 우리는 평생 학습을 통해 평생 현역의 삶을 준비해야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고의 노후대책이 현역의 생활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셀프 부양에 관한 글을 읽으며 잠시 잠깐 우울했다. 노후 보장이 철저하게 개인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와 달리 독일의 사례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심하게 욕심이 났다. 정부 차원에서 노인 부양을 책임지고 있는 독일은 그것이 가족을 지켜내는 힘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아차렸다. 우리의 정부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런 희망과 함께 우리 자신도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될 것이 그러한 것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3부 직업 편은 어떻게 해야 자신의 사업을 자부심이 넘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창업의 정신'이 사라진 나라는 언제나 파멸을 맞았음을 힘주어 강조한다. 자영업자들이 뿌리내리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한 미국 버몬트주의 벌링턴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미 실현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며 대안을 찾아도 좋을 것이다.

벌링턴.PNG 벌링턴 거리

아직 교육 현장에 있어서 그런지 4부 탐구 편에 관심이 갔다. 호기심으로 뭉쳐진 사람들이 미래를 선도할 것임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오히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수학만 한 것이 없단다. 따라서 수학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사고력을 기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가 데이터 과학자다. 이들은 정보를 잘 정리해 데이터화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역량을 발휘한다. 데이터를 잘 활용할 줄 알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게임 체인저는 정해진 룰의 범위 안에서가 아니라 게임의 룰을 통째로 바꿔 버린다.


창의적인 연구 대신 '따라 하기'만 할 때 추종자가 될 뿐이다. 게임의 룰을 바꾸는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것에 대한 가치 폄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수용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있을 때 여려 분야에서 다양한 인재가 나타날 것이다.


세상을 보는 창이 <<명견만리>>를 통해 한층 더 확장되고 명료해졌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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