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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냐 Jun 12. 2023

다정하기 그렇게 어려운가요

조심해 주세요

아 그냥 가져가, 하루종일 바꾼다고 해

남대문에 있는 꽃시장은 처음이다. 상가 3층 열린 문으로 들어가니 전에 가끔 가던 반포상가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다. 한 바퀴를 좀 돌아보고 제철인 꽃들과 가격들을 보고 종류를 결정한 뒤 샀어야 했는데 정기배달 오던 꽃만 보다가 몇 년 만에 시장엘 가니 앞뒤 보지도 않고 맨 앞에 있는 꽃집에서 마가렛과 마트리카리아를 보곤 냉큼 사버리고 말았다. 같은 집에 실거베라가 너무 예쁘길래 미안하지만 마가렛을 실거베라로 바꿔주면 안 되겠냐고 소심하게 물었다.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었다.

바스켓에 담겨 있는 걸 뽑아 신문에 둘둘 말아 준 것을 다시 바스켓에 꽂으면 될 뿐인데 나를 위아래로 다시 보더니 말했다. 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멋쩍게 웃고 나는 너무 무안하고 창피해서 매장이 보이지 않는 건너편으로 돌아섰다. 그제야 화가 났다. 왜 반말로 함부로 말하는지 한심하단 표정은 또 무언지.

다른 집에서 스카비오사 한 단을 사고 납작한 꽃병을 사서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내내 울적한 기분이 되었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꽃을 샀는데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팠다.  “정말 나빴어, 못됐어, 다신 안가”를 중얼대며 집에 어찌 왔는지도 모르게 도착했다.

신문지를 풀어 마가렛 끝동을 잘라서 꽃병에 넣어 우리 층의 공동정원에 가져다 두었다.

다른 꽃들의 잎을 정리하고 꽃병에 얼음물을 넣은 후 집에 있던 꽃들을 정리해 함께 꽂았다.

커피를 내려앉아서 식탁 위를 보니 아침에 한 알 먹고 뚜껑을 덮어 두었던 찐 감자가 거무스름하게 상해 가고 있다. 주방에선 작은 아이 몫으로 남겨두었던 망고가 쭈글쭈글하게 말라가고 있고. 겨우 토요일 저녁 한 끼 같이 먹고 작업실로 여행지로 가버린 아이들이 서운했다. 마음을 일으켜보려고 일찍 청소를 마치고 젖은 땅이 말라가는 바깥을 보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다녀온 길이었는데 미움이 들고 말았다.

왜 그렇게 못되게 말해요라고 말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지는 않는다. 마음이 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꽃을 꽂고 보니 조금은 기운이 난다.

공동정원을 다시 가봐야겠다. 심술이 난 상태라서 갖다 놓기만 하고 이뻐하지도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 40층의 누구도 아직 꽃을 보질 못한 모양이다. 거울을 닦다가 마주한 내 얼굴만큼이나 무표정하게 놓여 있을 꽃들.

자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서 조금만 더 참기로 하였다.

그러니 사람들아 조금만 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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