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감정노동 사이, 그 얇은 경계에서
1. 누군가의 방향을 함께 찾아주는 사람
직업상담사는 사회적으로 ‘좋은 일 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진로에 고민이 많은 청년들, 퇴직 이후 막막함을 느끼는 중장년층까지, 각자의 이유로 멈춰 선 사람들 곁에 조용히 앉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지도를 펼쳐주듯 ‘다음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
“덕분에 다시 용기가 났어요”
“누가 내 얘기를 이렇게까지 들어준 건 처음이에요”
같은 말을 들으면 상담사로서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된다.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매뉴얼 상담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 한 조각을 다시 꺼내고, 정돈해주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일이기에, 직업상담사는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직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직업상담사는 종종 가볍게 여겨지는 직업이기도 하다.
“앉아서 이력서 봐주는 사람 아니야?”
그냥 자격증 따면 바로 되는 거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냐?”
라는 질문은 상담사라는 직업의 무게를 너무 쉽게 단정 지어버린다. 상담 현장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나 자신이 싫어서 취업도 하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사람, ‘여기 오면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요’라며 눈물을 보이는 내담자와 마주할 때 상담사는 매 순간 감정의 깊은 골짜기를 걷는다. 그럼에도 다음 사람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맞아야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받아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상담사라는 직업이 감당하는 보이지 않는 감정노동이다.
2.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고용시장 전문가의 일
직업상담은 단순히 ‘정보 전달’이나 ‘훈련과정 추천’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상담사에게는 노동시장 트렌드, 기업의 채용 방식, 직무별 역량, 교육 훈련 체계, 정부 정책 정보까지 넓고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내담자가 가져온 이력서 하나, 혹은 몇 마디 말 속에 숨겨진 가능성과 제약을 찾아내고, 그것을 현재의 정책과 제도 안에서 구체적인 대안으로 연결해줘야 한다. 사람의 경험을 해석하고, 사회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는 힘,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받는 자리. 그래서 직업상담사는 단순한 ‘조언자’가 아니라 고용시장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현장의 브릿지’이자 실전 전문가다.
보람과 무게 사이, 흔들리는 자존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상담사는 자주 자존감이 흔들린다. 정량적 성과 압박, 반복되는 민원, 감정의 소진, 낮은 직무 이해도. 일선 상담사들은 종종 묻는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나조차 지쳐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
상담을 잘하고 싶어 공부해도, 변화하는 정책에 뒤처지지 않으려 애써도, 누군가의 한 마디에 무너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누구의 인생과 마주하고 있는가? 내가 전하는 이 말이, 이 한 마디가, 그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 고민이 상담사를 다시 ‘상담사답게’ 만드는 질문이다.
직업상담사, 그 이름에 걸맞는 자존감을 위하여
직업상담사는 분명 사랑받을 이유가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동시에 쉽게 오해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 두 가지 사실 사이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전문성과 사명감이다. 자격증 하나로는 부족하다. 상담의 기술, 사람을 보는 눈, 시대를 읽는 시선. 이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계속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을 단단히 다져나갈 때, 흔들리던 자존감도 다시 자리를 찾는다. 직업상담사는 단순히 좋은 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사람의 길을 함께 고민하고, 누구보다 현실에 밀착된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다. 그 이름에 걸맞게, 더 자부심 있게, 더 단단하게 서 있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