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오만한 계획, 시차적응 완벽 실패

by naniverse

여행을 준비하며 네이버 미국 여행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렸다.


‘70대 부모님과 18일동안 미국을 여행합니다. 일정이 괜찮은지 한 번 봐주세요’


글을 올리면서 기대했던 댓글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 일정이 정말 좋네요!

- 어르신들 모시고 가기 완벽한 일정이예요! 버거워보이지도 않고 딱 적당한 것 같아요.


지난 세월 여러번 다녀왔던 여행에서 얻어진 경험치가 있었다.

부모님의 컨디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아니 몇달을 고민해서 짠 나름 완벽한 일정이었다.


그런데 웬걸. 줄줄이 달리는 댓글들이 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 70대 부모님과 이런 일정이라고요? 일정이 너무 빡센 것 같아요.

- 특히나 도착해서 2~3일 정도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셔야 시차적응이 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 30대인 저도 저런 일정은 안될 것 같아요


응??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댓글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첫 날은 도착해서 쉬는 (또는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일정이었고, 둘째날은 오전 내내 쉬다가 오후 1시에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패키지 여행을 가면 새벽 4시, 새벽 5시부터 일어나야 하는 일정들이 많았다. 어떤 날은 새벽 2시에 일어나야 하는 일정이 있기도 했다.

이미 수년간의 패키지 여행으로 시차적응하는 것은 익숙해지셨고, 시차적응때문에 크게 힘든 일을 겪은 일은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이리 유난이란 말인가?


- 엄마, 아빠! 사람들은 이 일정이 70대 노부부에게는 조금 빡세다고 하는데 어떨 것 같아?

- 어떤 사람들이 이게 빡세다고해?? 패키지를 안가봤나 보네. 이정도면 널널하지~

- 아니 70대가 무슨 할머니 할아버지인줄 아나보네 그 사람들?? 그 정도면 하나도 안힘들지~


그러게 엄마…

엄청 널널할 일정이라고 생각했는데….나는 왜 힘들어 죽을 것 같은거야??


여행을 떠나기 전 예정했던 둘째날 일정 시작은 오후 1시였다.

하지만, 우리는 해도 미쳐 뜨기도 전, 일정을 시작했다.

물론 예상했던 바였고, 예정했던 일정이다.

원래도 아침 잠이 없으신 부모님이셨고, 한국은 이미 대낮이었다.

답답하게 방안에만 앉아 있을 생각은 전혀 없는 엄마 아빠였다. 새벽부터 깨서 사부작사부작 움직였던 우리들의 생각은 같았다.


나가자


첫 날 첫 목적지는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는 브루클린브릿지다. 숙소에서 5분정도만 걸으면 다다를 수 있었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왕복 걸어보고 집에 와서 잠시 쉬고, 1시부터 시작하는 다운타운 투어에 참여하는 것으로 일정을 수정했다.

그렇게 1차로 계획했던 휴식시간은 빛의 속도로 삭제됐다.


아침 일찍이지만 다리를 건너 출근하는 사람들도, 운동을 하는 러너들도 있었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 다리 건너까지 한 번 걸어가 보기로 했다. 어딜 봐도 뉴요커들만 있는 그 다리 위, 누가 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우리들 뿐

생각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한 뉴요커들을 구경하며 걷고 또 걷는다.


- 저기 보이는 저게 자유의 여신상인가봐 어머어머

- 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어디에 있어??


엄마와 아빠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사진찍는 취미에 푹 빠진 아빠는 연신 뉴욕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다리 왼쪽으로는 따오르는 태양이 우리를 비췄고, 생각보다 싸늘했지만 시원하게부는 상쾌한 바람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사이 좋은 엄마 아빠, 뉴욕을 담는 중

완벽한 산책이었다.

뉴욕거리를 활보했고, 사람구경도 빌딩 구경도 잔뜩했다.

9시도 안된 시간에 이미 9,000보 달성. 생각보다 많은 걸음이었지만 이정도에서 멈출 수 있다면 괜찮았다.

이대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쉬다가 오후 일정을 시작하면 완벽하다.


하지만 계획한대로 진행되면 자유여행이 아니라지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투어는 야경까지 보고 숙소로 귀가하는 일정이기때문에 오전 산책은 반드시 가벼웠어야 했다.

하지만, 어제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 저 버스는 뭐야? 시티투어 버스 같은건가? 저것도 타보면 재밌겠다.


뉴욕 주요관광지를 도는 시티투어버스였다.

계획을 세울 때즈음 타볼까 하고 고민을 했던 것인데, 일정이 나오지 않아 보류해두었던 아이템이었다

고작 4일동안 머무는 뉴욕이었다.

우리에게 시틴투어버스를 탈 수 있는 시간은 오늘 산책 후 잠깐 있는 오전 휴식시간 뿐이었다.

이것을 타면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는데 어쩌지….하지만 엄마가 타 보고 싶다면 타야지..어쩌겠어…..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정거장마다 내려 구경하는 것은 하지말고 타임스퀘어에서만 잠시 내려 구경을 하고 돌아오기로 하자.

그래 이 정도면 오후 투어도 충분히 할 수 있어!!

2번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떠나본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타임스퀘어로 향해 본다. 밤에 와야 훨씬 화려한 곳이긴 하지만 여전히 화려했다.

여전히 화려했던 타임 스퀘어와 시차적응과 맞바꾼 자유의여신상 미니마우스

아, 이런, 뭔가가 잘못됐다. 이미 피곤하고 피곤했다.

아침 7시부터 낮1시까지 이어진 일정으로 이미 하루에 써야하는 에너지가 다 쓰여진 기분이었다.

만보를 훌쩍 넘긴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고, 일정은 모두 끝났다.

지금부터 누워 자면 딱 좋을 것 컨디션이었다.

그러나 아직 오늘의 진짜 일정은 시작도 안했다. 이런


10월의 뉴욕은 복잡했다.

UN총회를 피한다고 피했지만, 여전히 행사가 진행 중이었고, 도로 곳곳은 통제되고 있었다.

이유도 없었다. 미리 안내하는 사인도 없었다. 가다보면 길이 막혀있고 총을 든경찰들은 무서운 얼굴로 그저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는 30분이상 걸리기 일쑤였고, 구경을 하는 시간보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가이드님의 설명은 자장가가 되었고, 편히 쉬어야 하는 차 안은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지 못했다.

더 편하려고 선택했던 프라이빗 투어인데. 왜 더 힘든 것 같지.

패키지보다 왜 더 힘들고 피곤한거지??

유난히 피곤했던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쉴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너무 가까운 공간에서 가이드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그의 모든 말과 행동에 반응을 해야 했다.

가이드님이 떠들거나 말거나 이동 중에 잠을 자고 쉬는 것이 전혀 눈치가 보이지 않는 패키지투어와 가장 큰 다른점이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돌아가면 대답해 주겠지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또한 뉴욕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투어를 해야하는 곳이었다. 도시의 특성을 무시해버린 결과였다.

조금 더 걷더라도 도보투어를 선택했어야했다.

패키지는 이동 중에 다소 불편할 수는 있으나 오롯이 혼자 쉴수 있는 시간이 있다.

이동 중 잠깐 씩이라고 쉬거나 자면서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있다.

하지만 자유여행의 경우, 중간에 숙소로 들어오거나 커피숍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스스로 움직여야 이동이 되므로 체력소모가 훌씬 크다.

자유여행이면 내가 쉬고 싶을 떄 쉴 수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패키지이동 중 쉬는 시간과 비교하지 못한 거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더군다나 아빠는 어디 카페에라도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혼자 했던 여행과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 왜 더 힘들지? 는 여행 막바지가 되어서야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호기롭게 시작된 미국여행은 첫날부터 고비가 왔다.

야심차게 준비한 야경이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저녁도, 강가에 나가 하는 야경 구경도 졸린 눈과 사투를 벌이는 나와 부모님을 유혹할 수는 없었다.

오만했던 첫날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맨하튼의 야경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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