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가장 잘 한 선택은 무엇인가요
오늘은 필라테스를 갈까 말까
오늘 점심을 같이 먹을 테냐고 그이에게 먼저 전화를 걸까 말까
날도 추운데 연습장을 갈까 말까
추워서 연습장을 자꾸 가기 싫어지는데 실내 연습장 회원권을 3개월만 등록할까 말까
매일매일 나는 아주 작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하기 마련이지만, 이왕 선택을 했으면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편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들에 마주친다.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가 된다.
가급적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큰 나이기에, 일단 한 선택에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후회되는 선택이 많지는 않다.
대학교를 너무 성급히 선택한 것 정도가 조금은 후회되는 선택이었을까?
하지만, 그 당시의 나를 생각하면 그것이 최선이었을 테다.
내가 지금까지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은 17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선택한 일임에 분명하다.
20대의 절반과 30대의 나를 모조리 바쳤던 회사와 내 일
내가 곧 회사이고 회사가 곧 나라고 생각했던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암수술을 3번을 하고도 몸이 회복되는 대로 돌아가서 동료들과 함께 있고 일하고 싶었던 나다.
하지만, 결심을 하는 데에는 불과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휴직을 하는 동안 바뀐 나의 팀장은, 휴직을 연장하려고 면담을 신청한 나에게 물었다.
-언제 복귀할 생각이에요?
-저 휴직 연장하려고 면담 요청 드렸어요
-아…. 복귀해 주셔야 내가 맘 편히 퇴사를 하는데…. 전 퇴사할 거예요. 그러니까 복귀해 줘요. 와서 그동안 밀린 일 해줘야지…
알고 지낸 지는 오래였지만, 친분이 그리 두텁지 않았던 팀장은 내게 본인의 퇴사를 위해 나의 빠른 복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생하는 동료들을 위해서는 빠르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망설여졌다.
마지막 수술이 끝난 지 이제 겨우 두 달, 이제 막 모든 5번의 항암과 44번의 방사선치료가 끝나 직후였다.
또 누군가는 이야기했다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팀장님과는 대화가 안 된대요. 일을 잘 알지도 못하시고…
모든 분들이 선배님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꽤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회사 내에서도 그랬고 회사 밖에서도 그랬다.
회사 안팎으로 인정받는 삶은 꽤 보람찼고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들의 모진 말을 들으면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당장 한 달 뒤, 또는 일 년 뒤 이 세상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미래에, 회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돌아갈 곳은 17년 동안 나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했던 회사가 아니었다.
내 몸을 회복시키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면담 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회사를 그만뒀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의 퇴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단 모양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던 그날, 대표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네 몸이 상할 때까지 일을 시켜 네 건강이 안 좋아진 것 같아 참 미안하다. 건강하길 바란다.
건강을 회복하고 일을 다시 하고 싶어지면 언제라도 복귀하렴
20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의 대표가 일개 직원에게 친히 전화를 주시다니.
지난 17년의 고생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3년 2개월.
21년 9월 7일 자로 퇴사하고 3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단 한순간도 회사를 그만두지 말걸…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은 물론 적적하고 심심하기도 하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지고 나서 생활비를 버는 일이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또한 회사일 말고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회사를 안 다니지만 1인법인을 설립한 법인의 대표가 됐다.
월급을 받지는 않지만, 회사 다닐 때의 연봉 정도는 주식투자를 통해 벌고 있다.
주 3회 필라테스를 하며 체력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평생 하지 않던 운동을 시작할 때는 무슨 핑계로 오늘 수업을 가지 않을까를 고민하느라 바빴지만,
이제 수업일정을 잡는 것이 내 월간 계획, 주간계획 중 가장 우선시 되는 일이 될 정도로 완벽한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주 1~2회 영어 수업을 가고, 가야금도 배운다.
남는 시간에는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다.
회사 다닐 때의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은 정말 손톱만 한 우물이었음을 느끼고 또 느낀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은 크고도 컸다.
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이었음을 깨닫고 또 깨닫는다.
생각보다 내가 배움에 소질이 있고 흥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차곡차곡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 회사로 복귀했다면 절대 갖지 못할 시간이다.
하지만 모자라다. 나를 더 알고 싶어 글쓰기도 시작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이렇게 꾸준히 글을 써 나가도 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겠지. 그러면 나만의 책도 출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작은 소망이다. )
3년 전 나를 칭찬한다.
충분히 수고했고, 충분히 잘 해냈어. 이젠 너만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보자
다음 주제는,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배우고 싶은 것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