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대부분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을 떠올릴 이 질문에, 나는 뜬금없이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일론 머스크라니.
내 인생에 변화를 가져다준 운명 같은 영상을 본 것은 얼마 전이었다. 최근 테슬라 주식이 역사적 신고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알고리즘 덕분에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당신에게 일론 머스크는 어떤 사람인가?
세계 최고의 부자? 역사에 남을 위대한 기업가? 허황된 꿈을 꾸는 미치광이?
그 모든 수식어가 동시에 이해될 만큼, 그는 복잡한 인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그는 그저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때로는 내게 수익을 안겨주는 테슬라라는 회사의 대표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날, 내 모든 편견을 깨는 한 문장을 들었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꾼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주 7일, 1년 365일 일에 몰두하는 사람, 모두가 상상만 해왔던 일들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 그가 쉼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궁금했지만, 이런 대답이 돌아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말했다.
전기차 보급으로 지구 온난화를 줄이고, 태양열 발전과 같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장하며, 궁극적으로 우주 탐사를 통해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나는 어떠한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단 말인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위대한 사업가의 숭고한 꿈 앞에서, 나만의 안위와 나만의 행복만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나의 자세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 순간, 내 삶의 무게와 방향을 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사실 나는 치료를 마친 뒤 보장되지 않은 내 생존을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단단히 살기로 결심했었다. 어떤 미래가 기다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 것이 내 선택이었다. 오늘이 내게 주어진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루에 몰두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함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마음 한편은 늘 비어 있는 듯했다. 오늘에 집중하며 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미래를 포기한 채 하루살이처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미래를 꿈꾸고 싶었지만, 내가 꿈꾸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두려워 나의 내일을 애써 외면했던 3년이었다.
미래를 꿈꾼다는 것, 희망을 품는다는 뜻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음식이 사라지는 상태.
나는 오늘을 단단히 살기로 했지만, 어쩌면 오늘만을 산다는 이유로 ‘미래’라는 희망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 언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조용히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눌 때 느꼈던 기쁨. 상대방이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때 마음 가득 차오르던 감정.
아마도 나는 사회에 아주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는 삶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시작이 바로 글쓰기일 것이다.
얼마 전 암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진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내게 미래는 없는 걸까?” 매일을 겨우 견디며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괜찮다고, 나도 그랬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길 바란다.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길 바란다. 손을 맞잡고 함께 걷는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주 작은 발걸음이라도 내딛다 보면, 분명 어딘가 더 아름다운 내일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