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인터뷰 - 내가 속한 공동체는 어떤 이미지?

내가 속한 공동체에 자부심을 느끼나요?

by naniverse

내가 속한 공동체는 어떤 이미지?


속해 있는 공동체가 없는 사람을 백수이거나 은퇴자이거나 전업주부이거나…….정도일까?

태어나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6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기 전까지의 공백기 약 1년을 제외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적이 있는가?

이는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다. 모두가 태어나 학교를 가기 시작하며 은퇴를 결심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어딘가에 소속된 채 살아간다.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저는 ****에 다니는………..


나를 소개하는 가장 첫마디가 사실 내가 속해있는 공동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수십 년간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는 나를 가둬놓은 감옥 같기도 했고, 나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속해있는 아무 공동체도 없는 삶은 살아간 지 어느덧 4년 차다.

처음엔 한껏 자유로웠다. 수십 년 만에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하지만 곧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나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됐다.


남들과 다르게 이 세상을 살아나간다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다.

**에 다니는 직장인이에요. 전업주부예요. (가정에 속해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

혼자 사는 백수입니다…….

속해있는 공동체도 없는 싱글이라는 사실은 튀어도 우리나라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내기에는 너무 튀는 캐릭터 설정이다.

어디엔 가라도 속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보기 시작했다.

독서모임에도, 영어회화모임에도, 와인모임에도.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소속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은 그 모임 외 정식으로 속해있는 공동체가 있었고 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취미 삼아 잠시 스쳐가는 공동체게 오롯이 깊게 나 혼자 소속감을 가지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속해 있던 공동체는 어떤 곳이었는가?

공동체에 속해 있는 동안 가고자 하는 지향점이 같아야 했다. 백수클럽? 은퇴자모임?


그렇게 만 4년을 가깝게 방황하다, 드디어 속하고 싶은 공동체를 발견해 내고야 말았다.

이른 은퇴를 꿈꾸며 최선을 다해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이미 그 목표를 이뤄 오늘은 또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반가웠고 설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한껏 즐거웠다. 소소하게 일상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눴다.

친구들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모르는 사람들이었기에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그들과의 사이를 좁혀나가며, 행복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이 틀렸구나 하고 생각했다.

내내 혼자 있는 것이 어렵거나 슬프거나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함께 있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가 좋았다. 어쩔 땐 아주 친한 친구사이였고, 매일매일 모르는 사람들이 유입되는 신선한 환경이 좋았다.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은 만난 것이 정말로 즐거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행복이 깨졌다.


누군가는 욕심을 냈다. 내가 원하는 적당한 거리는 어느새 지나치게 가까워졌다.

자유로운 온라인 바다에서 유영하며 노닐던 나는, 어느새 누군가의 어항 속에 갇혀 그저 숨만 쉬고 있는 물고기신세가 되고 말았다.

고작 몇 달이었지만, 수십 년 알고 지낸 친구들보다 가깝게 느껴지던 사람들이었다.

그들과의 인연에 집착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 소중한 인연을 놓치기 싫어 숨도 쉽게 쉴 수 없는 작은 어항에 갇혀 두 달을 버둥댔다.

비로소 결심했다. 이 어항에서 나가야겠다.


다시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세상을 떠도는 바람이 되어 버렸다.

어딘가에는 소속이 되어야지만 안정감을 찾는 나도 그런 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

어디에 발을 내딛어야 마음의 파도가 안정을 찾으려나

오늘도 내 몸 하나 뉘일 온라인 속 공간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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