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백수의 주식투자 정착기

손절도 몰빵도 없이, 살아남는 투자자가 되는 법

by naniverse

매달 회사 다닐 때 월급의 2배정도를 주식투자로 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고작 4년차 투자자인 나의 투자는 지난 4년동안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진화했다. 물론 처음은 그리 완벽하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고작 예금, 적금밖에 몰랐던 나에게 큰 돈이 주어졌다. 엄마는 그 돈이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내가 아팠던 것이 모두 회사 때문이라고 했고, 그 돈은 어쩐지 나의 목숨값인 것 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싫던 좋던 하지만 그 돈은 나의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아는 것이 없었던 나의 첫번째 투자는 당연히 예금이었다.

대부분의 돈을 예금에 넣어두고 10%정도의 금액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이 정도의 투자금이라면 크게 잃어도 내 삶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물론 재밌었다. 소소하게 수익이 났고, 누구나 하는 착각처럼 나는 투자에 소질이 있는가봐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이 수익은 그 당시 시장이 대세상승장이었기때문에 누구에게나 주어진 달콤한 결실이었을 뿐이라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남는 시간을 주식투자를 배우는 데 썼다.

책도 읽고 유투브도 봤고 온라인 강의도 찾아 들었다. 어떤 방식의 투자를 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어떤 투자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전에 나는 지옥을 경험하게 됐다.


21년 역사상 최고 수준의 강세장에서 주식 투자를 시작한 나는 투자를 시작한지 몇 달 되지 않아 가장 길고 지루하게 이어진 하락장을 정면으로 맞이했다. 투자의 원칙도 기준도 없던 나에게 초기 하락장은 좋은 주식을 좋은 가격에 많이 살 수 있는 엄청난 기회처럼 느껴졌다. 어설픈 지식으로 조정장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난 나는 급기야 예금을 하나씩 깨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락장은 나의 예금이 모두 해지되어 거의 전재산이 주식에 투자될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아니, 그리고도 최소 1년 이상 하락장은 이어졌다.


귀신에 홀린듯이 전재산을 다 주식에 넣고 나서야 하는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여유자금이 더 있었더라면 아마도 끝나지 않았을 나의 끝이 없는 주식매수. 더이상 투입할 자금은 없었다. 당장내년의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 나는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화려한 생활을 하는 백수였지만, 속은 곪아가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나의 상황을 말하지 못한채. 나는 그저 시장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렸다. 손절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금액이 투입되어 수억원을 손실 중인 상황이었다. 단 한번 만져보지조차 않은 돈을 손절 할 용기도 아직 배우지 못한 햇병아리였던 나는 그저 버티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투자자의 길을 갈 것인가 나는 선택해야 했다.

다시 회사원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결심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들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수십년의 온몸으로 상승장과 하락장을 수십번씩 맞이한, 경험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가진 그들의 투자법을 훔치기로 결심했다. 그 중 내 마음 속을 관통했던 가장 강렬한 진리는 이것이었다.


시장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사람들은 모두가 착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주식투자를 해서 망하지만, 나는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를 빗겨간 행운이 나에게는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러한가? 몇가지 질문을 내게 던져보기 시작했다.


나는 좋은 종목을 찾을 수 있는 눈이 있는가?

나는 정말 시장을 이길 수 있는가?

나의 판단은 매번 옳을 수 있는가?

나는 몰빵할 수 있는 타이밍을 볼 눈이 있는가?


지옥을 경험하고나서 나는 굉장히 냉정해졌고, 자긱객관화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철저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좋은 종목을 고를 눈은 없지만, 시장에 머무르는 것은 할 수 있었다.

한 번에 큰 돈을 투입하는 것은 두려웠지만, 원칙과 기준에 맞게 천천히 나눠서 사는 것을 할 수 있있다.

일확천금을 노는 것 보다는 매일 조금씩 작은 수익에도 만족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원칙을 세웠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분할 매수, 매도를 하며, 작은 수익에도 만족하고, 손절을 하지 않는다.

주변 지인들은 내 투자법이 멍청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무슨 돈을 버느냐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결심했으니까.


나는 아주 천천히 내 원칙과 기준에 맞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소소하게 수익이 나기 시작했고 점차 나의 투자법에 익숙해져 갔다. 그러는 동안 시장은 회복했고, 크게 물려있던 나의 반려주식들도 수익으로 돌아왔다. 시장이 하락해도 편안하다. 기준과 원칙에 따라 천천히 분할매수를 시작한다. 모두가 호들갑 떠는 대세 상승장에도 편안하다. 처음부터 목표했던 수익이 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익을 실현한다. 감정이 들어가지 않는 정해진 룰안에서의 투자이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안정적인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보잘 것 없는 수익률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겨우 5%이지만, 시드가 큰 내 상황에서 5%면 대단한 성과다.


크게 벌었다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살아남는 투자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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