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영화관

확장의 쉼, 세 번째 이야기

by 난주

단성사에서 본 <나 홀로 집에 1>

그것이 저의 첫 영화관람이었습니다.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달콤한 팝콘을 먹으며

커다란 화면을 응시하는 일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집에서 원하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영화관을 사랑합니다. 성능 좋은 음향 기기의 미세한 진동과 화면 가장자리에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빛을 좋아합니다. 영화 시작 전 느껴지는 설렘과 관람객이 빠져나간 후 조용히 바라보는 엔딩크레디트를 애정합니다.


팝콘통을 대신 들어주시던 어머니, 제 얼굴을 몰래 훔쳐보던 첫사랑, 좋아하는 배우의 등장에 환호하던 친구. 코로나 시절 투자한 영화사 주식은 여전히 울고 있지만 영화관과 얽힌 추억만큼은 항상 저를 웃게 합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평일의 영화관입니다.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팝콘과 콜라를 즐기며

함께 하는 평일의 영화관은 그야말로 별천지입니다.


앉아 있는 사람보다 비어 있는 의자가 많아 탁 트인 시야를 조망할 수 있고, 팝콘과 콜라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받아갈 수 있습니다. 평일에는 연애나 친교의 목적보다는 영화 자체가 좋아서 온 사람들이 많기에 휴대폰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나무 구멍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났던 엘리스처럼

고된 현실을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비밀스러운 공간.

평일의 영화관은 저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이 공간에 아이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저희만의 아지트를 찾아 즐거운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보여주셨던 고전 영화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한 것을 보면, 아이도 먼 훗날 저와 함께 보았던 영화들을 행복하게 떠올릴 거라 생각합니다.



팍팍한 인생살이에 지쳐 문득 떠나고 싶을 때

번잡한 군중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소중한 사람과 내밀한 추억을 만들고 싶을 때

평일의 영화관을 추천합니다.


각종 할인제도와 포인트를 활용하면 단돈 만원으로도 2시간의 달콤한 휴식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표를 출력하시면 가끔 따라 나오는 팝콘과 콜라 할인티켓도 놓치지 마시고, 좋아하는 자리도 직접 골라보시면서 영화관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시기 바랍니다.


혹시 왼쪽 가장자리, 뒤에서 두 번째 좌석에서 팝콘을 입에 털어놓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면 저일 수 있으니 수신호 한 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관람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N잡 말고 N쉼>에 연재해야 하는 글을 잘못 올려 부득이하게 이전 글을 삭제하고 답글을 옮겨왔습니다.

다음에는 더 주의해서 올리겠습니다. 좋아요 눌러주시고 답글 달아주신 분들 양해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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