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에게 '벚꽃엔딩'이 있다면
나에게는 '벚꽃당근'이 있다.
겨울당근은 찬바람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야구모자에 롱패딩, 마스크.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은 복장으로 만난 우리는
국정원 요원보다 빠른 속도로 용무를 마친 후
각자의 갈 길을 갔다.
그러나 봄의 당근은 벚꽃처럼 살랑거린다.
한결 가벼워진 복장으로 만난 우리는
미소 띤 얼굴로 물건을 주고받은 후
정다운 인사를 나눈다.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
따스하게 비쳐오는 햇살.
귓가를 간지럽히는 바람.
오늘의 거래 품목은
간 건강을 위한 밀크씨슬 세트지만
마음만은 봄처녀처럼 설레기만 한다.
술독이 올라 코 끝이 빨개진 아저씨에게
박스를 넘기며 봄기운에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건강하세요."
'오늘 처음 본 아주머니가 왜 이러시지.'
얼굴 위로 물음표가 떠오른 아저씨를 남기고
나는 살랑살랑 돌아서 벚꽃 속으로 사라진다.
산책길에 벚꽃이 너무 예뻐 담아보았네요.
길지 않은 봄, 아름다운 풍경 만끽하시는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