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근 작가

by 난주

사연 1. 재회를 꿈꾸며

전 남친이 면접 때 입으라고 사준 블라우스 팝니다.

저는 희한하게 받은 선물을 팔거나 나누면

꼭 연락이 오더라고요.

이번 거래로 다시 연락이 오면 좋겠습니다.


사연 2. 다시 빛날 너에게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장신구를 내어놓습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새것처럼 반짝이진 않지만

세척 한 번이면 다시 빛날 것입니다.


사연 3. 프로듀서 101

값을 매길 수 없는 옷입니다.

제가 손수 디자인한 옷으로

디테일마다 제 추구미가 꿈틀되고 있습니다.

가치를 알아보시는 분을 선정하여 판매하겠습니다.


당근에도 브런치만큼 많은 작가들이 있다.


필요한 말만 남기는 실속형.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놓는 고백형.

감성 가득한 문장을 선보이는 시인형.

인상적인 에피소드로 시선을 끄는 홍보형.


그리고 가끔은

장르를 감히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글을 쓰는 작가들도 존재한다.


나도 오늘은 당근 작가로 분해 본다.

딱 한 번 입은 아이 바지 판매합니다.

이건 아니야,

그래도 명색이 브런치 작가인데 다시 써보자.


아이가 발육이 남달라 옷을 사도

한 번 입고 금세 작아져 버립니다.

복숭아 뼈가 보일 듯 말 듯 어여쁘게

입을 수 있는 친구를 찾아가면 좋겠어요.


이렇게 나는

실속형에서 시인형으로 진화한다.




위의 세 가지 사연은 실제 사례(제 사연 아닙니다. ㅎㅎ)를 바탕으로,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