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남긴 물결

<쿵푸팬더 1> 한 장면을 담으며

by 난주
우그웨이 사부가 시푸에게

자네 마음은 이 물과 같다네.
뒤흔들릴 땐 보기가 어렵지.
잘 가라앉혀야 해답이 명확해진다네.

-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1》 속 한 장면을 담으며.


물이란 참으로 오묘한 존재이다.


담는 용기에 따라 모양이 변하고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기후에 따라 모습을 바꾸고

파동에 따라 맑거나 탁해진다.


그러한 물의 흐름을 보고 있자면

우리 인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1》에서 온몸으로 고수의 기운을 풍기는 우그웨이 사부는 제자인 시푸에게 동요된 마음을 잔잔한 물처럼 가라앉히라는 조언을 건넨다.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부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은 작은 소문에도 흔들리는 시푸는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선다.


지난 이 년.

휴직과 퇴사라는 익숙지 않은 사건을 두 차례나 경험하며 나의 마음은 폭우 속 바다처럼 크게 일렁였다. 잠을 자지 못하고 속을 끓이고 고민을 거듭하는 날들이 이어지며 심신은 피폐해졌다.


그러다 우그웨이 사부의 말을 듣고 시푸처럼 멈춰 섰다.

범상치 않은 거북이가 깨달음을 준 것이다.


그날부터 괴로운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글을 쓰고 소진된 몸을 일으키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글과 걸음이 쌓일수록 휘몰아치던 파도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반복한 끝에 나의 물결은 본래의 흐름을 찾았다. 시야를 가렸던 흙더미들은 가라앉았고, 눈을 어지럽히던 거센 물살은 잠잠해졌다. 그렇게 고요해진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는 비로소 바닥에 있던 진짜 감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인생이란 수시로 요동치는 마음속 물결을 다스리는 법을 익혀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그웨이 사부처럼 웬만한 공격에도 미동치 않는 두꺼운 등껍질을 가질 순 없지만 오락가락하는 물살을 진정시킬 나만의 비기를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빠르지는 않지만 부단하게.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하게.

글쓰기와 걷기라는 수련을 통해

나는 오늘도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쿵푸팬더》시리즈의 씬스틸러 우그웨이 사부는 고아인 시푸를 데려와 어린 시절부터 정성껏 키웁니다. 우그웨이 사부에게 시푸는 제자면서 아들인 셈이죠.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졌지만 가끔씩 마음이 흔들리는 시푸를 위해 우그웨이 사부는 끝까지 아버지와 같이 곁을 지켜줍니다. 주인공 포의 훈련을 담당한 것은 시푸였지만 그 뒤에 숨겨진 정신을 남겨준 이는 우그웨이 사부인 것이죠.


실제로 우그웨이 사부는 상징처럼 가지고 다니던 지팡이를 포에게 직접 건네주기도 합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우그웨이의 진심도 시푸를 거쳐 포에게로 자연스레 도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중한 몸을 누구보다 날렵하게 움직이는 포의 매력적인 액션 뒤에 숨은 우그웨이 사부와 시푸의 특별한 이야기를 함께 돌아보며 《쿵푸팬더》를 두 배로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시푸는 쥐나 너구리가 아닌 레서판다입니다.

쿵푸팬더1.jpeg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