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주 Jun 01. 2024

안전을 보장하는 적정 거리

직장 생활에서 친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안부를 묻는 친구

힘들 때마다 진정 어린 조언을 건네는 선배

여행을 함께 갈 정도로 친밀하고 편안한 후배

나는 이들을 모두 직장 생활을 통해 얻었다.


직장은 업무에 기반한 공적 조직이지만 이 곳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만남의 장이기도 한다. 특히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보니 함께 있는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 그 중 성향이 맞고 뜻이 맞는 사람과는 단순히 직장 동료를 넘어 절친한 지인으로까지 관계가 발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에서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직속 상사와 '빠르게' 가까워지는 것이다. 직속 상사는 우리와 오랜 시간, 같은 공간, 유사한 과업을 공유하지만 결코 동료는 될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이 지고 있는 의무와 갖고 있는 권한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조직의 체계를 유지하고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의무를 부여 받은 그들은, 똑같이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지만 우리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아니 엄밀히 말하면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해야만 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서는 곳이 다르면 보는 풍경도 다르다는 말처럼 그들이 보는 우리는 동료들이 보는 우리와 다른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직장에서 만난 나의 동료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업무에 있어서도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임하는 훌륭한 직원이었다. 직속 상사를 비롯한 모든 동료들은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가 빠르게 승진 가도를 달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그녀의 직속 상사는 승진 심사 때마다 그녀를 제처두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다른 선배를 통해 들은 얘기로는 그녀의 직속 상사가 '사람이 좋고 시킨 일은 잘하지만 업무 영역을 늘리려는 욕심은 없는 친구'라고 그녀를 평했고, 이것이 그녀의 승진을 가로막은 주요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직속 상사들은 너무도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들을 활용해 성과를 올리고 이를 통해 직장에서 인정 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일하다. 직원들을 존중하고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는 좋은 리더나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나쁜 리더나 그 부분에 있어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렇기에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관점으로 조직과 구성원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 없이 던지는 말과 행동에서 그들은 평가의 근거를 찾아내고 이를 내세워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하는 강아지보다 튕기고 경계하다 곁을 주는 고양이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다. 직속 상사가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성과를 창출하는지, 본받을 만한 업무 역량이 있는지, 평가를 공정하게 하는 사람인지 충분히 관찰한 후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좋다.


그간 많은 직속 상사들을 겪으며 그리고 내가 직속 상사가 되어 다수의 직원들을 대하며 느낀 바가 있다면, 업무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SNS는 공유하지 않길 바란다. 카카오톡의 멀티 프로필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진심으로 믿는 소수의 동료들에게만 하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회식 자리에서는 절대 직속 상사에게 지나친 친밀감을 표해서는 안 된다.



직속 상사는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직장 생활의 좋은 선배가 되어줄 수도 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직속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과도한 친밀감을 표현하는 일만은 자제하라는 것이다.


사람은 때로 적정한 안전 거리를 지킬수록 아름답게 비춰진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 더욱 애틋한 것은 장거리 커플이기 때문이다. 직속 상사와 나의 관계가 연인은 아니지만 그들과 우리 사이에 시원한 바람이 적당히 들어 찰 거리가 존재할 때,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거쳐 서로가 좋은 사람임을 확인하고 가까워질 때 보다 건강하고 유익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이전 06화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상사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