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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Jun 08. 2024

아래를 보는 습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꼬박꼬박 꽂히는 월급을 위해 꾸역꾸역 출근은 하지만 과연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직장에서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언제까지 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다양한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가 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럴 때마다 위를 보았다.

상사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역할과 과업을 부여하는지 눈치를 보고, 그들의 모습이 곧 몇 년 후 나의 모습일거라 상상하며 어렴풋한 청사진을 그려보곤 했다.


그러나 위를 보고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직장의 필요에 따라 상사는 빈번히 교체되었고 그 때마다 부서의 기조나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닮고 싶을 만큼 역량과 인품이 뛰어난 상사가 드물다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가장 큰 한계는 상사도 결국 한 명의 직장인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들 역시 끊임없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굳건하고 명확한 표지를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나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위를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렇지만 직장에서 버티려면 반드시 이정표가 필요하다.


학창 시절보다 길고 장거리 운전보다 변화가 많은 직장 생활을 무사히 버텨내려면 우리에겐 기준점이 필요하다. 얼마나 걸어왔는지 뒤를 돌아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현재를 확인하고, 가고 싶은 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이정표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직장 생활을 앞서 한 상사들도 우리에게 이정표를 제시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 어떤 곳에서 기준점과 표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일까?


직장 생활의 목적과 방식이 모두 다르기에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그 해답을 아래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 있는 상사들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아닌, 나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나 부하 직원에게서 답을 구했으면 한다.

 


위를 보면 자꾸 맞추려고 할 수 밖에 없다. 옆을 보면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래를 보면 내가 어떻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인다. 


때로는 그것이 거울을 보듯 너무나 적나라하여서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아래를 보아야 우리는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상사가 그렇듯이 후배나 부하 직원도 악의적인 경우가 있다. 승진이나 업무 권한을 꿰차기 위해서 상급자의 눈을 흐리게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솔직한 눈으로 아래를 바라보다 보면 그들의 눈에 비친 내가 보인다. 이들에게 어떻게 모범을 보여야 할지, 이들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지 고민하게 되면 성장은 알아서 따라오고 직장 생활에서 버틸 동력은 축적이 되어진다.    



직장 생활은 층층이 쌓인 피라미드와 같다. 위에서 끌어주고 아래에서 받춰주면 아무리 고된 업무도 척척 해나갈 수 있겠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런 상황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직장 생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이정표를 곳곳에 세우고 돌아봄과 나아감을 반복해야 한다.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에서 우리는 동심을 찾을 수 있듯이 우리를 도와 아래에서 열심히 노를 저어주고 있는 구성원들을 보면 초심을 잃지 않고 올바로 나아갈 수 있다.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버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를 지켜주는 것은 앞서 나간 상사가 아니라 결국 뒤에  후배나 부하 직원들임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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