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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Jun 15. 2024

결핍은 나의 힘

20년 간 나를 쉼 없이 달리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결핍이다.


대학 졸업 전 일찌감치 직업 전선에 뛰어든 것, 최악의 근무 환경을 가진 직장에서도 수년씩 버텨낸 것, 몇 번의 이직을 경험하면서도 쉬어가는 기간이 없었던 것, 직원의 절반을 날려버린 악덕 상사의 괴롭힘에도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모두 결핍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전 일본 굴지의 기업을 이끈 사업가가 했던 인터뷰가 떠오른다. 그는 가난해서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에 평생 배움에 몰두했고, 타고난 신체가 약해 자주 아팠기에 부단히 체력을 단련했고,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려 더욱 진취적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성공에 이를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어린 학생이었던 나는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열심히 산 사람에 대한 존경심은 일었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나고 본격적인 직장 생활에 돌입하면서 나는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결핍이야말로 가장 집요하고 확실한 버팀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 눈에 보이는 결핍인지 아닌지만 차이가 있을 우리 모두는 다양한 결핍에 둘러 쌓여 살아간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한두 가지의 결핍쯤은 금방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결핍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이다. 결핍을 나의 약점으로 인식하고 자격지심에 사로잡힐 것인지, 아니면 나의 열정과 도전을 불러 일으키는 성장의 촉매제로 사용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A와 B는 다른 팀원들에 비해 학력이 다소 짧았다. 명문대 석사와 학사가 즐비한 대기업 본사에서 그들은 다소 눈에 띄는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가끔 사적인 자리에서 결핍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둘의 대처법은 판이하게 달랐다.


A는 친한 동료였던 나에게 가끔 결핍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는 했지만 불평이 아닌 개선책을 간구했다. 그는 자신을 입사시켜 준 특별한 재능을 객관적으로 돌아봤고 이를 극대화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동시에 야간 과정을 통해 학력을 지속 보강했고 독서와 자격 취득까지 병행해 지적인 역량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나 B는 차별화된 역량있어 입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이나 업무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며, 일이 꼬일 때마다 뚱한 표정으로 본인의 학력을 탓했다. 학력이 동료들이 업무 성과를 내면 뒤에서 빈정거리기도 했다.


모두가 예상하듯이 오래지 않아 A와 B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A는 동료들 중에서도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승진했고 결국 40대 초반의 나이에 임원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B는 그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상사의 지시에 의해 아주 작은 계열사로 전배를 갔다가 그 곳에서도 적응을 하지 못해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다.   



A와 B의 일화는 결핍의 활용 방식과 방향에 따라 직장 생활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물론 모든 일이 A와 B처럼 순리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A처럼 노력을 하였는데 못된 상사를 만나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고 B처럼 삐뚤어진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순전히 운이 좋아 보기 드문 업무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결핍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꼭 직장이 아니어도 삶의 어느 부분에서는 반드시 성취와 성장의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결핍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결핍이 선사하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결핍을 늘 생각하고 이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결핍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삶을 도와주는, 직장 생활에 있어서는 버팀을 도와주는 존재일 뿐 삶이나 직장 생활의 목적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게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나의 방어력을 키우기 위해, 크게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나의 역량과 인간됨을 신장하기 위해 우리는 결핍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나의 부족함이 때로는 나를 지켜준다는 것을, 나아가 나를 강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버팀의 기초를 단단히 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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