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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Jun 29. 2024

눈은 밝게, 귀는 어둡게

장 생활은 운전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정확한 목적지와 이동 경로를 알면 안심이 된다는 것, 때로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경로보다 내가 아는 경로가 더 빠르다는 것, 초보일수록 무모한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진정한 고수는 실력을 과신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음주로 인한 사고라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닮은 점은 직장 생활과 운전을 잘하려면 눈은 밝게, 귀는 어둡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독수리처럼 폭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조망하는 것, 당당하고 느긋하게 초원을 누비는 사자처럼 주변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직장 생활과 운전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일 것이다.



눈이 밝은 사람이라고 하면 어떠한 모습이 떠오르는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사람

숨겨진 의도를 읽어내는 사람

타인의 감정을 알아채는 사람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눈치가 빠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직장이라는 특정한 무대 위에서 눈이 밝다 함은 이것에 더해 자신의 안과 밖을 두루 살필 수 있는 현명함을 가리킨다.


나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인지 내가 일하는 조직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나와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목적과 방식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안과 밖을 모두 헤아릴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눈이 밝은 사람이라 있다.



반대로 직장 생활에서 귀가 어두운 사람이 되려면 내면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되 외부의 소음에는 둔감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외부의 소리를 모두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전 운전을 위해서는 내비게이션 음성이나 교통 안내원의 지시를 경청해야 하듯이 직장 생활에서도 상사의 지시사항이나 동료의 진심 어린 조언에는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나 중상모략이나 험담과 같은 소음에는 철저히 귀를 닫아야 한다. 감정 변화가 적고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그 이야기가 나에 대한 것이었을 때는 내상을 피하기 힘들다.



초보 운전 시절, 나는 골목 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오토바이나 택시를 잡으러 비틀거리며 도로변으로 나오는 취객 때문에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사장 소음이나 갑자기 울리는 경적 소리에 놀라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기도 했다.


사회 초년생 때도 비슷한 경험들이 이어졌다. 회사 실적이 나락으로 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예산 계획을 세웠다가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나의 공을 가로채려는 사수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해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나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듣고 억울한 마음에 밤마다 울분을 토해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업력이 쌓이고 직장 생활에 굳은 살이 생기면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눈은 밝히고 귀는 어둡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타고나길 눈은 어둡고 귀는 예민한 나에게는 쉽지 않은 변화였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의 눈은 조금은 밝아졌고 귀는 절반쯤 덮어졌다.


순전히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네는 지극히 개인적인 충고이지만 눈을 밝히거나 귀를 어둡게 하기 위해 자신에게 인위적인 압박을 가할 필요는 없다.



직장 생활은 장시간 계속 되어야 하는 일상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각자의 소망과 성향을 존중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를 수행해 가면 된다.


다만 우리가 직장 생활에서 큰 상처 없이 안정적으로 버티려면, 훗날 리더의 위치에서 조직을 건강하게 이끌어 나가려면 우리의 눈을 밝히고 귀를 어둡게 하는 일에 어느 정도는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알아봐주는 고마운 상사, 악의적인 목적으로 늘어놓는 중상모략에 초연한 멋진 선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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