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일터에서 일을 한 지도 1년 3개월이 넘어간다. 퇴직금이고 나발이고 1년 안에 이직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퇴직금 받을 때까지만 있을까, 추석 상여금까지만 받고 나오자, 설 상여까지만... 존버(존중하며 버티기)라는 탈을 쓴 게으름이라는 정체는 나를 안일하게, 안주하게 만들었다.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는 명쾌했다. 자기효능감. 단순한 업무을 반복하는 지금의 직무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서서히 지워가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는 노동자로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앗아갔다. 스스로를 저품질 노동자라고 자조했다. 나에게 직업이란 단순히 나의 시간 및 노동력과 급여를 교환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설령 그것이 동의 받지 못할 주장이라도 그렇게 믿고 있는 나에게 지금의 일터는 박차고 나와야할 물웅덩이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물웅덩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참방참방 발을 굴려보기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 선택한 것이 제로베이스 디지털 마케팅 스쿨이었다.
[저 콘텐츠 마케팅 해보고 싶은데요]
귓가를 스쳐간 수많은 자책이 있지만 그들 중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 일이 아니면 안 된다, 하는 마음을 먹지 못하냐는 것이었다. 항상 이 일이 안 되면 어쩌지 하는 프로걱정러와 지독한 안전지향적 성향이 합쳐져 항상 뭐 하나 시원하게 선택하지 못하고 조금씩 깔짝거린다는 게 스스로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번에 해내거나 이루어내지 않아도 좋다고. 하고 싶은 일의 주변을 맴돌다가 비로소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그러니까 깔짝대는 행위는 기력이 쇠해/열정이 부족해 그것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이다.
내가 지금껏 깔짝거렸던 무수히 많은 일들을 떠올렸다. 블로그, 브런치 연재, 인스타그램 글 계정, 스토리 공모전, 에세이 공모전 등. 지금까지 나는 콘텐츠 제작,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이름 주변을 깔짝거렸는지도 모르겠다. 돌아 돌아 오니 비로소 지나온 길이 보였다.
[내 하루는 8 to 5 밖에도 있다]
SNS나 포털 검색을 통해 다양한 사이트에서 디지털 마케팅 부트캠프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재직 중인 나에게 적합한 과정은 많이 않았다.
낮 시간 동안 직장에 발이 묶여 전강의 비대면으로 + 비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필요했다. 실제로 구직자를 대상으로 기획된 강의라 재직중인 나에게 강의량이 부담스럽긴 했으나 기회라도 주어진 게 어디인가 싶었다. 몇 군데 부트캠프를 비교하고 담당자와의 상담을 거친 후에 나는 비로소 제로베이스 디지털 마케팅 스쿨 1기 수강생이 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 취업 연계 등 여러가지 구미를 당기는 구석이 많았다. 벌써 한 달째 수강 중인 디지털 마케팅 스쿨 강의는 예상했던 대로 쉽지는 않았다. 강의를 들으면서도 잘 하고 있는 것 맞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며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감정을 느낀다.
[마케터라는 이름은 어색하지만]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더욱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업으로 할 수 있을지, 제로베이스인 나에게 기회가 주어질지 걱정스럽다. 걱정을 잠재우는 방법은 하나임을 알고 있다. 남은 기간 제로베이스 디지털 마케팅 스쿨에서 공부하고 익히며 마케터라는 이름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애쓰는 것. 마케터 정**, 어색하지만 잘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