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삶의 2순위는 무엇입니까.

어쩌면 진심은 한 겹 그 아래 존재한다.

by 구름 수집가
"당신 삶의 1순위는 무엇입니까."


삶의 1순위를 묻는 순간은 많다.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대체로 명쾌하다.

학창 시절부터 평생을 걸쳐 이룬 현재의 내 직업, 목숨도 아깝지 않게 평생 지켜주고픈 나의 혈육, 살아온 인생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나만의 신념...

이러한 1순위들을 가만 살펴보면 그것들은 일상 속에서 매 순간 간절히 추구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것들은 대체로 그 사람 자신과 떼어내어서는 생각할 수 없는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그 삶의 방향성을 함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삶의 1순위는 개인에게 다소간의 부담감과 긴장감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자아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꿈이나 일 등 성취를 위한 삶의 지표로 1순위를 삼지만, 부지불식 간에 그에 대한 노력과 추구를 요구당하며 그에 압도되어 살아가기 마련이다. 또한 타인에 대한 희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는 사람들은 자식이나 부모 등에 대한 의무감을 1순위로 지니고 살면서 책임감에 한시도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한다. 이처럼 1순위는 각자의 삶을 말해주는 이름표이자 철저한 긴장감이다.


"2순위를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그러나 2순위는 삶의 목표라는 같은 범주 안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2순위는 이러한 책임감, 의무감에서 벗어나 덜 무겁게 내 삶을 이끌어 가는, 어쩌면 1순위의 무거운 짐들을 가볍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다. 다시 말해 2순위는 1순위를 순조롭게 이끌어가는 삶을 살도록 해주는 적절한 수준의 소망들이다.


-(변호사가 되고 싶어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지만) 언젠간 내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


-(집을 사는 게 가장 큰 목표이기에 적금을 들었지만) 가족과 함께 탈 멋진 차도 사고 싶어.


-(건강하게 크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내년 여름에는 아이와 유럽 여행을 가야겠어.


이러한 2순위들은 '가장'이라는 범주 안에 넣기에는 쑥스러우나 결국 이들로 인해 1순위는 추동력을 지니게 됨을 부인할 수 없다. 변호사가 되고 싶고, 살 집을 마련하고 싶고, 아이의 건강을 비는 삶의 1순위들은 작가가 되고 싶고 차를 사고 싶고 유럽 여행을 가고 싶은 그 마음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

어쩌면 우리 삶의 진짜 이야기들은 표면에서 살짝 비겨 들어온 삶의 저 안결, 절정에서 살짝 비껴 선 그 옆 좁은 비탈길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나의 1순위를 존재하게 만드는 2순위임을 모른 채.


한 겹 그 아래의 2순위, 두 번째가 없는 삶은 그래서 위태롭고 때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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