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박남수의 <새>와 불확정성 원리

우리는 확률로만 존재한다

by 구름 수집가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박남수, <새>


포수는 새라는 순수의 세계를 포획하고자 하나, 그 어설픈 갈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체의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는 양자역학의 이론은 포수가 결코 새의 순수를 지닐 수 없도록 운명지어 놓았다. 그러므로 당신은 '나'라는 세계를 결코 이해하거나 가질 수 없다. 당신이 나를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즉시 나라는 세계는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파괴의 주체는 나를 규정 짓고, 나를 평가하고, 그래서 결국 나를 오해하면서 나를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당신이다. 당신이 쏘았던 '나'가 '나'가 아닌 이유다.


그렇게 나는 당신이라는 왜곡으로부터 벗어난다.

당신이 본 나는 그저 과거의, 순간의, 단 한 번의 시선 속의, 굴절된, 양자다.

양자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우리는 확률로만 존재한다.

나를 겨냥했던 당신이 슬퍼도, 되갚아 당신을 겨냥하지 않는 이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영원한 야당, 민주당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