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박남수, <새>
포수는 새라는 순수의 세계를 포획하고자 하나, 그 어설픈 갈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체의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는 양자역학의 이론은 포수가 결코 새의 순수를 지닐 수 없도록 운명지어 놓았다. 그러므로 당신은 '나'라는 세계를 결코 이해하거나 가질 수 없다. 당신이 나를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즉시 나라는 세계는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파괴의 주체는 나를 규정 짓고, 나를 평가하고, 그래서 결국 나를 오해하면서 나를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당신이다. 당신이 쏘았던 '나'가 '나'가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