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이 나다? 사달이 나다?
어떤 큰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을 때 보통 ‘○○이 나다’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사단’과 ‘사달’ 두 단어를 머릿속에서 비교하며 어떤 것이 맞을지 궁리하고 계실 것 같군요. 사람들이 많이 혼동하는 이 두 단어는 유의어 관계도 아닌데, 단지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쓰임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사단(事端): 일의 실마리. 또는 사건의 단서
[예} 사단을 구하다.
● 사달: 사고나 탈.
[예] 일이 꺼림칙하게 되어 가더니만 결국 사달이 났다.
우리말을 잘 사용하기 위해 한글 맞춤법이라는 규정을 참고할 수 있음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 한글 맞춤법을 포함해서 우리나라에는 언어생활에서 따르고 지켜야 할 공식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4대 어문 규범이 있는데요. 바로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입니다. 국어를 사용하면서 궁금한 것들은 국어사전과 이 규정들을 살피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어요.
사단과 사달 이 두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표준어 사정의 원칙과 표준 발음법을 체계화한 규정인 ‘표준어 규정’에 대한 설명을 조금 해 보겠습니다.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등 다양한 지역의 말을 사투리(방언)라고 한다면, 표준어란 다양한 변이형들의 표준이 되어주는 말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가리킵니다. 일제 강점기 한글을 탄압했던 일제에 맞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학술 조직 단체인 조선어학회는 한글 맞춤법 제정 작업에 이어 표준어 사정(査定) 작업을 추진해 1936년에 약 9,000 단어를 표준어로 정했다고 하며, 이는 다시 1988년에 문교부에서 공표한 '표준어 규정'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이는 영화 <말모이>에서도 아주 극적으로 묘사되었던 바입니다. 지금도 꾸준히 표준어와 관련된 규정은 바뀌고 있습니다.
영화 <말모이> 중에서
표준어 규정 제3장 4절 25항을 보면 다음과 같은 규정이 나옵니다.
‘사달’의 의미로 ‘사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사달’만 표준어로 삼는다.
사람들이 이 사단과 사달을 얼마나 혼동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규정이지요. 즉 ‘사고나 탈이 나다’의 의미로 쓰일 때는 ‘사달이 나다’만이 맞는 표현입니다. 이것과 많이 혼동하여 쓰이는 ‘사단(事端)’의 의미는 말 그대로 사건의 단서를 가리키는 단어이고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단(事端)’을 검색하면 굉장히 많은 동음이의어가 나오는데 그중 우리가 알아본 것은 네 번째로 등재된 사단 4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뜻풀이 맨 끝에 ‘사달’을 찾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혼동이 많은 단어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사건의 단서일 땐 사단,
사건이 일어나거나 일어나려 할 때는 사달
* 이 매거진의 글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헷갈리는 단어를 중심으로 그 차이점들을 짚어 보자는 기획 아래 집필하고 있는 글입니다. 대개 중학생 정도의 수준에서부터 일반인도 까먹었을 법한 어휘나 문법 지식도 나올 수 있습니다. 부담 없이 읽다 보면 국어 문법 지식도 함께 이해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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