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도 발음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이 두 단어는 사전에 모두 실려 있는 표준어로, 둘 다 ‘곤란할 곤(困)’을 쓰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쓰임이 각기 다른 단어랍니다. 한 가지 사실만 기억하면 되는 단순한 차이이니 잘 읽어 주세요.
● 곤욕(困辱):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
[예] 곤욕을 치르다.
● 곤혹(困惑): 곤란한 일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모름.
[예] 예기치 못한 질문에 곤혹을 느끼다.
두 단어에서 모두 사용되고 있는 ‘곤(困)’은 여기서 ‘곤란하다’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곤욕은 심한 모욕이나 참기 힘든 일 그 자체를 가리킵니다. 주로 다른 사람 앞에서 당하거나 범하는 실수나 상황들에 해당합니다. 그에 비해 곤혹은 곤란한 일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화자의 감정을 가리킵니다. 주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당황스러움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단어가 문학 작품에서는 어떻게 구분되어 쓰였는지 소설 속 문장을 통해 단어의 감을 익혀 보겠습니다.
(나) 내가 사회생활을 원만히 하지 못하는 것도 아마 형이 들려준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곡해하고 형의 곤혹만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해. <흐린 날 황야에서>, 이영치
(가)에서는 곤욕이 모멸, 박대와 병렬적으로 제시되면서 참기 힘든 일 그 자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에서는 곤혹이라는 단어로 형의 감정을 설명하고 있지요.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곤욕은 일 그 자체를 가리키므로 품사는 명사가 되며 ‘겪고’, ‘당하고’, ‘치르는’ 것이라면, 곤혹은 감정을 가리키므로 형용사가 되며 ‘-하고’, ‘-스럽고’, 또 ‘느끼는’ 것입니다. 그렇게 활용형이 서로 분명하게 구분되면 좀 덜 헷갈릴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스럽다’와 결합된 ‘곤혹스럽다’와 ‘곤욕스럽다’는 모두 사전에 등재되어 있네요. 그럼 다음 문장에서는 어떤 표현이 맞을지 연습해 볼까요?
나는 야식의 유혹을 참는 것이 곤욕스럽다.( ) /곤혹스럽다.( )
문장의 의미를 살펴보면 야식의 유혹을 참는 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곤혹스럽다’가 맞는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