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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수집가 Jan 13. 2024

도전 정신을 심어 주다! 신문(訊問) - 심문(審問)

신문(訊問) - 심문(審問)

문해력 공부깨나 했다면 한 번쯤 검색해 봤을 단어들, 신문(訊問) - 심문(審問)

신문과 심문의 차이점, 누구나 한 번쯤은 정확히 알고 싶어 했을 단어일 것 같습니다. 사전을 찾아보신 열정적인 문해력 탐구자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사전을 찾고 나면 왠지 더 좌절하게 되는, 그런 단어가 이 신문과 심문입니다.      


● 신문(訊問): ① 알고 있는 사실을 캐어물음. ②『법률』법원이나 기타 국가 기관이 어떤 사건에 관하여 증인, 당사자, 피고인 등에게 말로 물어 조사하는 일.

   [예] ② 신문을 당하다.

● 심문(審問): ① 자세히 따져서 물음. ②『법률』법원이 당사자나 그 밖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개별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주는 일.

  [예] 피의자를 심문하다.   

  

‘신문’ 또는 ‘신문하다’, ‘심문’ 또는 ‘심문하다’라고 활용되는 두 단어 모두 사전에 등재된 중심적 의미로는 거의 같아 보입니다. ‘캐어 묻다’, ‘자세히 따져 묻다’라는 기본적인 뜻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사실상 중심적 의미인 ①은 의미의 분별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어떤 연구자들은 이를 비판하여 다음과 같이 개선을 촉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도 국어사전은 이러한 풀이를 삭제하든지 그 뜻이 현대 국어에서 사어화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출처: <우리말 어감사전> (안상순) 255쪽


그러나 이 두 단어의 차이점은 두 번째 의미에서 발생합니다. 이 단어들은 ‘법률’이라는 범주 안에서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묻는 주체가 누구냐는 것입니다. 신문은 법원을 포함한 기타 국가 기관이 묻는 주체이고, 심문은 법원(판사)만이 묻는 주체가 됩니다. 즉 신문의 주체는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이나 경찰이 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신문의 대상은 당사자, 증인 등 다양할 수 있지만 심문의 대상은 주로 피의자가 됩니다. 그리고 신문은 구두(말)로 문답을 진행하는 반면, 심문은 서면과 구두 모두 가능합니다.


요약하자면 신문은 법원 검찰, 경찰 등이 당사자나 증인 등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 사안의 사실적 요소가 파악된 상태에서 상대에게 사실관계를 묻는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광범위한 질문 행위이고, 심문은 판사가 재판 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진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피의자 등에게 진술할 기회를 주는 다소 좁은 의미의 질문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공부를 하고 나면 한 가지 의문점이 들 거예요.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 ‘유도신문’과 ‘유도심문’ 중 어떤 것이 맞는 표현일까요? 사전을 찾거나 검색을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국어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어문 규범이나 규정,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국립국어원 누리집의 <온라인 가나다> 게시판인데요. 이 두 단어 또한 이곳에 먼저 올라와 있는 질문입니다.                    


●질문: 유도 심문과 유도 신문의 의미 간 정확한 차이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서 특정 대답을 듣기 위해 특정 질문을 하는 경우 유도 신문한 것인가요, 심문한 것인가요?

●답변: 안녕하십니까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여, 무의식 중에 심문자가 원하는 답변을 하도록 자세히 따져서 물음'을 뜻하는 경우라면 '유도 심문'으로 쓰고, '증인을 신문하는 사람이 희망하는 답변을 암시하면서, 증인이 무의식 중에 원하는 대답을 하도록 꾀어 묻는 일'을 뜻한다면 '유도 신문'으로 씁니다.

-2023.7.5.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결론적으로는 화자의 표현 의도에 따라 둘 다 가능하다는 답변인데요.

그러나 여기서 두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첫 번째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유도심문’은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사전에 등재된 신문과 심문의 개념을 통해 보더라도 심문의 주체는 법원(판사)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신문의 주체는 가능할지언정 심문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현 사전상의 정의로는 저 질문을 올린 사람이 판사가 아닌 이상 유도 심문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저는 ‘유도 신문’을 사용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신문은 법원,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이 묻는 것, 심문은 오직 법원(판사)이 묻는 것!


* 이 매거진의 글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헷갈리는 단어를 중심으로 그 차이점들을 짚어 보자는 기획 아래 집필하고 있는 글입니다. 대개 중학생 정도의 수준에서부터 일반인도 까먹었을 법한 어휘나 문법 지식도 나올 수 있습니다. 부담 없이 읽다 보면 국어 문법 지식도 함께 이해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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