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뻡

나의 ㅁ은 그녀에게서 왔다

음운론 2. 'ㅁ'에 관해 당신도 알고 싶었을 이야기

by 구름 수집가
ㅁ: 한글 자모의 다섯째 글자. ‘미음’이라 읽는다. 국어의 자음 가운데 위아래 입술로 입을 다물고 날숨을 코 안으로 내보내며 목청을 울려서 내는 유성 양순 비음(有聲兩脣鼻音)을 표기하는 데 쓰인다.


ㅁ은 한글 자모의 다섯째 글자로, '미음'이라 읽는다. ㅁ에 대한 소개를 그 이상으로 할 수 있을까마는, 스물넷 한글 자모자 가운데 ㅁ은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내게 남아 있다.


1.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내뱉는 유년의 소리, ㅁ'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음하는 자음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ㅁ이었을 것이다. 위아래의 입술을 다물었다가 숨을 아주 조금 내뱉으며 소리 내는 ㅁ은 세상에 태어나 첫울음을 울어낸 아기의 여린 입술에서 터져 나오기에 무리가 없는 가장 쉽고도 부드러운 소리이다. 그래서인지 이 세상의 많은 '엄마'라는 의미의 단어들은 이러한 ㅁ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한글을 알고 영어 알파벳을 배우고 중국의 한자를 조금씩 익혀가던 유년의 나는 이 세 나라의 '엄마'라는 단어들에 모두 공통적으로 ㅁ의 음가가 들어간다는 것을 발견하고 적잖이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훗날 이 세 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maman), 스페인(mama'), 일본(ママ) 등의 언어에서도 각각의'엄마'들에는 ㅁ의 음가가 들어 감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라틴어 문화권과 한자 문화권끼리의 공통점인 걸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무렵, 올해 초 읽은 한동일 신부님의 <라틴어 수업>에서 그 의구심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책에 의하면 고대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한계와 척도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인도 유럽어는 자음의 음가 Ma를 선택했다. 이 'M'이라는 음가에서 '물질, 척도(measure)'라는 용어가 나왔고, '인간 생명의 자연적 범주와 관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엄마'라는 말이 파생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의 언어 발달을 관찰하다 보면 자연스레 ㅁ에 대한 경외심에 가까운 마음가짐을 지니게 된다. 아기의 옹알이에는 마, 무, 미 등 다양한 모음과 결합한 ㅁ음가가 등장하며 이후 밥을 뜻하는 유아어 '맘마'는 이러한 ㅁ음가의 결정체가 된다. 언어를 미처 습득하지 못한 아기가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양식과 자신을 지켜줄 절대적 보호자를 목놓아 외치기에 ㅁ은 태초의 배려를 담은 지극히 인간적인 음가이다. ㅁ은 우리에게 가장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엄마의 품을 떠올리게 하는 유년의 소리이다.


2. '나의 ㅁ은 그에게서 왔다'

사람마다 그 사람 특유의 글씨체가 있다. ㅁ을 쓰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모두 네 개의 직선으로 이루어진 ㅁ을 어떤이는 또박또박 긋고 꺾어 단정하게 찍어내는가 하면, 어떤이는 연필을 떼지 않은 단 하나의 선으로 써 내려가는 거침없는 필체를 보여 주기도 한다.

나의 ㅁ은 두 개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얼핏 숫자 1과 2의 결합처럼 보인다. 나는 언제부터 ㅁ을 이렇게 쓰기 시작했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ㅁ을 늘 그렇게 쓰는 것도 아니다. 기분에 따라, 시간에 따라, 쓰고 있는 문서의 종류 등에 따라 제멋대로일 뿐이다.


놀랍게도 자신의 ㅁ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나의 직장 동료 K는 독서 모임에서 첫사랑을 언급한 적이 있다. '오~' 하는 묘한 감탄사를 내뱉는 우리들에게 그는 잊지 못할 한 마디를 던졌다.

- 근데 저는 ㅁ을 좀 독특하게 써요. 첫사랑 그녀와 주고받던 펜팔 때문이에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제 ㅁ은 그녀에게서 왔어요.


K는 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는 그녀를 글씨체 속에서 마주쳤다. 여백을 꽉 채운 글씨들 속에서 K의 눈에는 남다른 방식으로 독특하게 써 내려간 그녀만의 ㅁ이 들어왔고, 이윽고 그 ㅁ은 다시 K의 마음으로 투박한 각도로 굴러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에게 그렇게 남아 있다.


나의 ㅁ에는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적 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불렀을 엄마가 있다. 엄마, 하고 불러보면 여전히 어린 생명을 품어 주던 엄마의 체온이 따뜻한 콧소리와 함께 살아나고, 세상의 언어가 하나로 이어진 것은 아닐지 궁금해 하던 어린 패기가 남아 있다. 어떤이에게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첫사랑 그녀의 흔적이 소환된다.


당신의 ㅁ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그리고 당신의 ㅁ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당신의 ㅁ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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